연예인은 대중의 판단과 소비로 먹고사는 사람이다. 대중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연예인은 있을 수 없다. 대중이라는 존재, 현대의 대중이라는 개념은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많은 않다.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대중문화의 속성상 대중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한국 연예계에서 대중은 양날의 검처럼 연예인에게 인기와 비극을 안아주기도 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이지아> 편을 보고 난 후 대중문화의 속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이지아라는 배우는 지금까지 많은 논란의 대상이었다. 인기 가수와의 결혼설, 정상급 배우와의 열애설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그였다. 힐링캠프에 나와 이 모든 것을 진실성 있게 고백하는 그녀의 모습과 용기에 시청자들은 잔잔한 감동을 하였다는 평이 많았다.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 형식의 특성상 출연자에게 마음 편하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 진행자들의 능력도 한몫했을 것이다. 7년간 가족과 지인들까지 연락을 끊고 지냈던 시간과 연예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들, 이후 추문 때문에 또다시 시작되는 4개월의 칩거시간은 그녀의 삶의 굴곡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대중의 모습과 기자들의 부적절한 태도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만 하다. 사실과 관계없이 기자들은 온갖 뜬소문을 쏟아내면서 수많은 기사를 양산하고 대중들은 수많은 악성 댓글을 달아 연예인을 정신적 고통을 겪도록 만드는 일은 예전부터 내려온 관행이다. 기자나 대중이 자신이 한 행동들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당연시됐다. 언론사의 속보경쟁 때문에 기사의 객관성은 찾아보기 힘들며, 익명이라는 성격 때문에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표현은 갈수록 거칠어진다. 이지아는 이전부터 이어져 온 비정상적인 관행이 정당화되는 오늘날 대중문화의 희생양일 뿐이었다.
이번 방송이 그녀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녀는 몇 년 전부터 불거져온 친일파의 자손이라는 것에 낙인 찍혀 대중들의 비판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방송이 나간 이후 몇몇 네티즌은 증거자료를 제시해 이지아가 친일파의 자손이라는 걸 대중에게 다시 상기시켜주기도 했다. 대중은 그녀를 비판할 명분이 생긴 것이다. 친일 이미지, 배우에겐 엄청난 독이자 해결할 수도 없다. 한국사회에서 친일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중은 이지아가 친일파 자손이라는 틀에 갇혀 앞으로 더 심한 인신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 다시 한 번 이지아 본인에게 더 깊은 상처를 줄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팬으로서 응원해주고 싶기도 한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또한 그녀 몫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사진: SBS<힐링캠프> 공식홈페이지
김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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