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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사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약 9년 전 지금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신 외할아버지가 살아계셨을 시절 때의 얘기다. 신문을 읽고 있던 할아버지에게 심심해서 월남전 참전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었다. 할아버지는 화를 내시면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 가지 않았을 거다."고 얘기하셨다. 그 말의 의미를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서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베트남의 이곳 저곳에 '한국군 증오비'가 있다는 것을. 

베트남 빈호아 마을에 있는 한국군 증오비. '하늘에 닿을 죄악, 만대에 기억하리라'고 쓰여있다.                          출처:http://blog.daum.net/syo45/1299

 

 지난 7일 전시 예정이었던 베트남전쟁을 다룬 사진전이 퇴역군인들의 연합인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의 반발로 하루를 미루고 전시를 시작했다. 고엽제전우회는 민간인 학살을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이 주장하고 있는 것을 그들도 똑같이 내세우고 있다. 퇴역 군인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아우성치는 모습이 꼴사납다. 하늘이 무섭지도 않은가?

   고엽제 전우회 회원들.                                                                          출처: 프레시안

 전쟁참여국가의 학살을 인정한 미국의 조사가 있었고, 희생당한 민간인들의 시체와 사진이 있다. 또한 일부 군인들의 후회와 눈물섞인 고백도 있었다. 게다가 故김대중, 노무현 두 前대통령이 베트남 정부에 공식적인 사과도 했었다. 종전40주년을 맞아 방한한 민간인 피해자 응우옌떤런씨와 응우옌티탄씨의 비통한 증언도 있었다. 나이도 지긋하신 분들이 수많은 증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갓 말을 하게된 어린아이하고 다를바가 없다.

 과거사를 거론할 땐 우리는 항상 독일과 일본을 예로 든다. 과거사를 인정하고 반성한 독일을 칭찬하고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본을 비난하곤 한다. 지금 우리는 어떤 루트를 타고 있는가. 수십만 명을 학살한 일본보다 수천만 명 가까이 학살한 독일이 오늘날 더 두터운 신뢰를 받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는 있다. 중요한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일본한테는 과거사를 반성하라고 하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6.25하고는 다르게 베트남전쟁은 우리에겐 미국과의 동맹국자격으로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베트남인들에겐 지긋지긋한 식민지의 지배에서 벗어나고 자유롭게 살기 위한 민족해방전쟁이었다. 종전 40주년을 맞아 민간인 피해자들이 방한한 지금,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일본의 반성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그들도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진심어린 단 한마디. "죄송합니다."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SCOOP

김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