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아이들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교회에는 베이비박스가 설치돼있다. 버려지는 아기들을 보호하기 위해 2009년 12월 이곳에 처음 만들어졌다. 그런데 2012년 8월 입양특례법 개정 후 베이비박스에 유기되는 아동이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무려 208명의 아기가 이곳에 버려졌다. 2012년 유기된 67명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동들은 교회에서 일정기간 보호받다 서울시 양육시설로 보내진다. 이는 2012년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유기아동은 보호대상아동이 발견된 관할 구역 내에서 보호·양육하도록 한다.’ 는 규정에 따른 것으로 모든 부담을 서울시가 떠안도록 돼있다.
입양특례법은 신고제였던 입양제도를 법원 허가제로 바꾸고,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아동의 인권을 강화하고 무분별한 영아유기를 막자는 취지에서 개정됐지만 오히려 부작용만 낳고 있다. 출생신고에 부담을 느낀 미혼모들이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가는 일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개정한 결과다.
개정되어야 할 것은 법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인식과 환경이다. 먼저 미혼모와 그의 아이에 대한 편견과 하나의 생명을 두고 잘못된 탄생이라고 낙인찍는 의식부터 변화해야한다. 또 사회적 환경도 개선되어야 한다. 아기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이 현실적으로 부족하고, 버려지는 아기를 보호할 기관이 부족하다는 것은 큰 문제다. 정부는 시설확충은 물론 양육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아기를 맡길 수 있는 복지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는 법 개정에 앞서 어떤 이유로 아이를 유기하는지에 대한 접근과 노력을 해야만 했다.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했다면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을 감당할 수 없는 미혼모에게 출생신고를 강요하진 않았을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야 할 대상은 아이들의 생명이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사회마저 외면해선 안 된다. 아동유기를 한탄하기 전에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 보장과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의식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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