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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문화

피아니스트의 전설. The Legend of 1900

 

 

 

  <피아니스트의 전설>은 <시네마 천국>, <말레나>로 유명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1998년 작품이다. 국내에는 비교적 늦은 2002년에 개봉됐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 성적으로 조기dp 종영됐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알지 못하지만 2010년도 전까지는 TV에서 재방송으로 많이 볼 수 있었다. 언젠가 MBC 주말의 영화에 방영된 뒤 이 영화를 접한 사람들이 숨겨진 명작을 찾았다며 무척 기뻐했다고 한다. 그 뒤 네이버 영화를 비롯한 각종 영화 사이트에서 관객 평점 9점 이상의 놀라운 점수를 기록 중이다. 주인공의 성장통을 보여주는 작품이며 동시에 천재의 불행하지만 불행하지만은 않은 삶을 보여준다. 특히 감독과 음악감독의 절묘한 음악 구성은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을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유람선 버지니아 호로 초대하고 있다.

  이 영화는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다. 일평생을 배 안에서 생활한 천재 피아니스트의 성장통을 그린 판타지 영화이다. 주인공인 나인틴 헌드레드는 1등실 연회장 피아노 위에 버려진 아이였다. 우연히 흑인 노동자에 의해 발견되어 자라게 된 아이는 비록 양아버지가 흑인이고 석탄 나르는 일을 하는 노동자이긴 하지만 노동자들 속에서 사람을 듬뿍 받으며 자라난다. 하지만 6살이 되던 해 양아버지가 사고로 죽게 되고 이후 나인틴 헌드레드는 우연히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깨닫게 돼 버지니아 호의 피아니스트로 살게 된다.

  <피아니스트의 전설>은 나인틴 헌드레드의 절친한 친구인 트렘펫 연주자 맥스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진행된다. 영화 시작부터 맥스가 나인틴 헌드레드의 오리지널 녹음 레코드를 발견하면서 그 레토드의 얽힌 한 천재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된다. 오로지 배 안에서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나인틴 헌드레드의 시작이다.

  “피아노 건반을 봐. 건반은 시작과 끝이 있지. 어느 피아노나 건반은 88개야. 그건 무섭지가 않아. 무서운건 세상이야. 건반들로 만드는 음악은 무한하지. 그건 견딜만해. 좋아한다고. 하지만 막 배에서 내리려고 했을 때 수백만개의 건반이 보였어. 너무 많아서 절대로 어떻게 해볼 수 없을 것 같은 수백만 개의 건반... 그것으론 연주할 수가 없었어. 피아노를 잘못 선택한 거야. 그건 시이나 가능한 거지.”

  결국, 그는 세상과 타협하지 못한 천재는 배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고철이 돼버린 버지니아 호의 하체 폭파 속에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슬픈 결말로 끝나지만 <피아니스트의 전설>의 구성 요소들을 보고 있자면 영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멋진 영상과 그 영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음악이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피아노 고정쇠를 제거하고 흔들림에 맞춰 움직이는 피아노에 앉아 연주하는 장면, “재즈의 창시자” 제리 롤 모튼과의 피아노 대결, 레코드 녹음 중 창밖으로 보인 여인의 모습을 보며 그녀를 위해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장면들을 보고 있자면 피아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사실 영화 속에서 피아노 연주의 모습은 전체 비율의 5분의 2도 안 된다. 장면 전환과 위기구성을 위한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눈과 귀는 즐겁지만, 실상 그 내용은 정말 슬프기 짝이 없다. 그래서 더욱 이 영화를 감상하게 되는 포인트가 음악이 아니라 전체적인 영화의 구성이게 된다. 바로 이 영화는 판타지라는 것이다.

  영화는 비현실적이다. 믿을 수 없는 피아노 실력은 여러 전문가에 의하면 실제라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음악을 듣고자 영화를 본다면 실망하게 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삶이다. 배 위에서 태어나고 배 위에서 죽게 된다. 그리고 성장하는 나인틴 헌드레드의 모습에서는 중간 연결고리가 빠져있다. 이건 감독의 특징 중 하나이며 관객들에게 상상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다만 중간의 내용이 빠져있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 느껴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다.

  어떻게 본다면 <피아니스트의 전설>은 허구의 영화일 뿐이다. 감독이 만들어낸 인물을 통해 하나의 전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특히나 쥬세페 감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삶을 표현하는 방법이 잘 나타나고 있다. 환상에 불과하지만, 그것을 통해 감동을 끌어내고 마술적인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예술성은 물론 휴머니티를 추구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더욱 다가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 중첩되어 마지막에 느껴지는 감정은 감독이 영화 구성을 얼마나 잘하는지 알게 한다.

  “길거리를 유심히 본 적이 있나? 수천개의 길거리, 어떻게 그것들 중 하나를 고르지? 한 명의 여자와, 하나의 집, 어떻게 그들 중에 한 평의 땅과 죽을 장소를 고르냐구. 그건 너무 힘들어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하나의 삶을 택할 수 있지? 그게 너무 힘들지 않나? 난 이 배에서 태어났어. 여기서 계속 살았고, 수천명의 사람들을 만났지. 하지만 그들에겐 희망이 있었어. 적어도 이 배 안에서 만큼은...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고 난 그렇게 사는 걸 배웠어. 육지라고? 그건 내게 너무 큰 배야. 너무 아름다운 여인이고, 끝나지 않을 여행이며, 너무 강한 향수고, 내가 절대로 못 만들 음악이었어. 그래서 난 배를 못 내렸던 거야. 차라리 죽는 거라면 몰라도.”

  주인공인 나인틴 헌드레드의 일생을 보여주는 영화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일생을 들여다 보면 결국 마지막 주인공의 대사에 눈물 한 방울을 흘리게 된다. 영화는 정말 단순했다. 하지만 감독의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게 된 영화였다. 그만큼 감독이 미치는 영향력이 눈에 보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이 피아노를 칠 줄 몰라도. 전혀 관계없는 구성 요소들을 연관 지어도 감독이 어떻게 구성을 하느냐에 따라서 영화의 감동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영화였다.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SCOOP

박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