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한 전도유망한 야구선수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올해 22세인 미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 외야유망주 오스카 타베라스(Oscar Taveras)가 시즌을 마치고 고향인 도미니카 공화국에 돌아간 지 불과 10일 만에 자동차 사고로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타베라스의 소속팀 세인트루이스의 홈 구장 부시스타디움 담장 밑은 그를 기리는 팬들이 놓고 간 추모품들로 가득 찼다. * 사진: Associated Press)
인생에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할 시기에 비극적 죽음을 맞은 그를 애도하며 많은 동료와 야구 관계자들이 조의를 표했다. 일제히 소식을 전한 야구언론인들은 충격을 드러냈고, 메이저리그 수장 버드 셀릭 커미셔너는 즉각 성명을 통해 그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월드시리즈 5차전을 추모 속에 진행할 것을 발표했다. 수많은 동료선수와 감독, 야구인들의 추모 메시지 행렬이 줄을 이었고 생전 고인과 절친한 사이였던 캔사스시티 로열스 투수 요다노 벤추라(23)는 벌금을 감수하고 그를 기리는 문구를 써넣은 모자를 쓰고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올라 역투를 펼치기도 했다.
(지난 달 29일 친구 타베라스를 추모하는 메시지를 모자에 적어넣고 월드시리즈 6차전에 선발등판해 7이닝 무실점 승리를 따낸 요다노 벤추라. 도미니카 공화국 동향 출신 비슷한 연배 유망주였던 둘은 서로 집을 오갈 정도로 절친했던 사이다. * 사진: AFP)
타베라스는 세상을 떠나기 불과 2주 전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타로 등장해 홈런을 치는 등 내년 시즌이 기대되는 특급 유망주였다. 구단이 다음 시즌 계획에서 중심타선을 맡을 선수로 점찍었을 만큼 미래가 보장되는 선수였다. 최근 2년간 메이저리그 3대 선수 평가 매체(BA, MLB.com,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의 유망주 순위에서 모두 전체 3위 안에 들었을만큼 거대한 재능으로 이름이 높았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이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큰 손실로 여겨진 이유다.
(세상을 떠나기 불과 보름 전만 해도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타로 나와 결정적인 동점 홈런을 치는 등 타베라스는 앞날이 보장된 유망주였다. * 영상: MLB.com)
하지만 이런 모든 야구 내적인 손실과 아쉬움을 차치하고서도 그의 죽음은 현역선수의 사망 사고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상실감을 안겼다. 그의 고향인 도미니카에서 치뤄진 장례식은 수많은 이들이 운집하여 추모 행렬을 이뤘고,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 담장 밖은 헬멧, 배트, 꽃 등 그를 기리는 각종 추모품들로 가득찼다. 갑작스런 상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팬들의 메시지도 줄을 이었다.
(타베라스의 고향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치뤄진 장례식은 방문객들과 마을주민들이 모두 운집하여 추모행렬을 이뤘다. 높다란 성당 지붕에 올라 하늘을 향해 추모하는 인파들이 눈에 띤다. * 사진: David Carson, Jesse Sanchez, Impacto Digital 트위터)
특히 그의 소속팀 세인트루이스 구단에게 이번 사고는 더욱 아픈 사건이었다.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2000년대 이후에만 벌써 3번째로 현역 선수를 잃었다. 지난 2002년 에이스 투수 대럴 카일이 호텔방에서 갑작스런 심장병으로 사망했으며, 5년 뒤인 2007년에는 전년도 우승에 큰 기여를 했던 불펜 투수 조시 핸콕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바 있다. 7년 만에 다시 소속 선수를 잃은 세인트루이스의 단장 존 모젤리악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참혹한 심정을 드러냈다.
(생전 마이너리그에서 갓 올라온 유망주였던 타베라스를 격려하는 세인트루이스의 감독 마이크 매서니.
* 사진: AFP)
관계자들의 조의 성명이 차례로 발표된 가운데 세인트루이스의 감독 마이크 매서니가 발표한 성명은 개중 가장 눈길을 끌었다. 매서니는 사고 뉴스가 전달된 당일, 야구계의 조의 성명 발표가 잇따르는 가운데도 곧바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하루가 지난 후 발표된 그의 성명엔 그 이유가 '자신의 팀원이었던 타베라스의 사망 소식이 꿈과 같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그 어떤 문장도 머리에서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밖에도 매서니는 그의 추모문에서, 남자 운동선수의 입엔 낯선 단어인 '사랑'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한 개인적 가치관을 언급하며 모두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의 글은 '사랑' 외에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팀원들 간의 유대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가족과도 같았던 팀원을 잃은 팀 리더의 절절한 심정을 짐작케 했다. 아울러 우리에게 스포츠 세계에서 '팀'의 의미가 어떠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매서니의 추모성명 전문을 우리말로 옮겨보았다. 원문이 워낙 가슴을 울리는 명문이라 병기한다.
"I was asked last night to give some words regarding the tragic death of Oscar Taveras, but I just simply couldn't.
"어젯밤 오스카 타베라스의 비극적 죽음에 관련해 몇 마디 해줄 것을 요청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First of all, it felt like a bad dream that could not be real, and when reality kicked in, my words didn't even seem to make sense.
무엇보다, 그 소식이 제게는 현실이 아닌 악몽을 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현실임을 알아차렸을때, 제 입에선 말도 안되는 소리만 나오고 있었습니다.
To say this is a horrible loss of a life ended too soon would be an understatement.
너무 일찍 찾아온 비극적 죽음이라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To talk about the potential of his abilities seemed to be untimely.
그의 잠재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적절한 때가 아닐 것입니다.
All I wanted to do was get the guys together and be with our baseball family.
제가 원했던 모든 것은 그저 우리 팀원들을 한데 모으고 식구로서 함께 하는 것이었습니다.
I know the hurt that comes along with buying into the brotherhood of a baseball team. That hurt is just as powerful as the joys that come with this life.
야구팀에 소속되어 형제처럼 동료애를 나누는 것에는 상처 역시 따라온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 상처는 이 삶에 함께하는 기쁨만큼이나 강렬합니다.
Not to say it is even close to the depth of pain his true family is going through, but the pain itself is just as real.
그의 친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깊이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고통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피부로 느껴집니다.
The ache is deep because the relationshipt were deep, and forged through time and trials.
많은 시간과 시련을 함께 헤쳐나가며 깊어졌던 저희의 관계만큼, 그 아픔도 깊숙히 파고듭니다.
To the many fans who have already reached out with condolences, and to the many more who are in mourning, thank you for taking these players in, like they are one of your own. This level of care is what sets our fans apart.
이미 조의를 표한 많은 팬들, 애도하고 있을 많은 이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선수들의 일을 자신의 일과 같이 여겨주시는 팬 분들의 이같은 마음이야말로 특별합니다.
In my opinion, the word "love" is the most misused, and misunderstood word in the English language.
사견이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는 영어라는 언어에서 가장 오용되고, 오독되는 단어입니다.
It is not popular for men to use this word, and even less popular or athletes.
남자들은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운동선수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But, there is not a more accurate word for how a group of men share a deep and genuine concern for each other.
그러나, 남자들 무리에서 나누고 행해지는 서로에 대한 깊고 진실된 염려를 담아내기에 이보다 적절한 단어는 없습니다.
We loved Oscar, and he loved us.
우리는 오스카를 사랑했고, 그도 우리를 사랑했습니다.
That is what a team does, that is what a family does.
그것이야말로 팀이 하는 일이고, 식구가 하는 일일 것입니다.
You will be missed, Oscar."
언제나 네가 그리울거야, 오스카."
- 마이크 매서니(Mike Matheny)
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
김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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