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log/문화

인사이드 아웃 - 슬픔을 인정하게 될때

 

어릴적에는 자주 울었다. 돌에 걸려 넘어지거나, 가지를 억지로 먹을때 등 시시콜콜한 일로 툭하면 울었다. 우는 순간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혼나면서 점차 우는걸 자제하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울지 않는다고 해서 슬픔이라는 감정이 없어지는건 아니었다. 다른 형태로 찾아올뿐.

그래도 사춘기를 지나고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다 보니 무뎌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슬픔에 조금은 익숙해지는 것 같기도 했었다. 이때쯤 부터 아마 혼자 걷는것을 좋아하기 시작했던것 같다. 예전엔 걷는 것도 싫었고 혼자 있는건 기피했었는데 이젠 혼자 있는게 때론 더 좋다. 요즘도 종종 복잡한 일이 있을땐 무작정 걸으면서 해결하고는 한다.

 아직 어른이라 하기엔 어리지만 법적으로 성인이 된 후에는 기쁜일보단 슬픈일이 훨씬 더 많아졌다. 생각의 차이일수도 있지만 여러가지 일들이 다가왔었고 그것들은 대부분 슬픔으로 이어졌다. 기쁨이란 감정은 일시적이었고 그 뒤엔 언제나 공허한 슬픔이 다가왔었다.  더 큰 기쁨을 얻을려는 욕망은 곧 질투와 함께 슬픔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아직까지도 난 슬픔보단 기쁨이 좋긴 하다. 한 번 넘어졌다고해서 두번째 넘어지는게 않아프던가? 그만큼 슬픔의 감정은 적응이 안되었다. 슬픔이란 감정을 하도 느끼다 보니 어느샌가 기쁨보단 슬픔이라는 감정이 정신적 성숙의 원인이 되었다. 내가 최고일때는 주변은 둘러보지 않았지만 바닥으로 떨어졌을때 비로소 주위를 둘러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슬픔과 후회를 통해 사람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달았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 역사적으로도 인류는 전쟁, 자연재해등 슬픈일이 있을때 하나로 뭉쳐왔다. 

사람은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슬픔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다. 앞날의 희망만 보고 과거의 후회를 잊는건 소시오패스랑 딱히 다를 바가 없다. 충분히 감정표현을 해야만 나아갈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눈칫밥만 늘어나고 감정표현을 하지 않는건 스스로를 좀먹는 행위일 뿐이라는 것을.  다들 과거를 한번 생각해보시길. 기쁜것 보단 슬프고 화나는 일이 더 기억에 남는다. 물론 항상 슬프면 그건 우울증이다. 하지만 사시사철 맑으면 그곳은 사막이 되버리고 만다.  누군가는 말했었다. "슬픔조차 선이다"이라고. 살아간다는건 어쩌면 감정을 이해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