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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문화

시, 발자국을 읽고


 5년 동안 짝사랑을 했었다.

 그 애는 나한테 다정했고, 모두에게 예뻤다.

 착한 아이는 아니었다. 불같은 면모도 있었고, 나랑 다툰 적도 있었다.

 그 애는 아마 내 찌질함에 놀랐겠지.


 5년 동안 짝사랑을 했는데, 5년 내내 그 애에게 애인이 있었다.

 그 때의 나는 그 앨 좋아했지만.. 좋아한다는 감정을 몰랐고, 그 애랑 친해지고 싶었지만.. 어떻게 친해져야 할 지 몰랐다.

 지금의 나는 가끔 추억하면서 웃고, 그때랑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나에게 또 웃는다.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한 번도 마주친 적도 없고, 단 한 번 있었던 연락 속에선 그 애가 너무 멀리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언젠가 짝사랑을 잊었다.

 잊었다, 고 생각했다.


아, 저 발자국

저렇게 푹푹 파이는 발자국을 남기며

나를 지나간 사람이 있었지

발자국, 도종환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2011) 中


 시는 이렇게 휴지조각에 물이 스며들듯 내 마음을 적셔준다.

 이것을 보고 한참을 기분좋게 있었다. 아마 오랫도록 마르지 않을거 같다.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는 강렬하고, 도종환 시인의 '발자국'은 짜릿하다.

 둘 다 고작 2~3줄에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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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1954년 9월 27일 충북 청주 출생.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에 [고두미 마을에서] 외 5편의 시를, 1985년 <실천문학>에 [마늘밭에서]를 발표하며 등단. [접시꽃 당신](1986)은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어 베스트셀러가 됨. 현 제19대 국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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