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google image>
얼마 전 아파트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주민이 살인을 저지르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계속해서 발생하는 층간소음 문제는 최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가족도 한 달 전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주민이 한밤중에 올라와 심한 욕설과 협박을 받았다. 밑의 집 주민의 말로는 발 쿵쿵거리는 소리,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현관문 닫는 소리, 집에 말소리까지 밑에 다 들린단다. 한 번 더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소송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그 일 이후, 현재 우리 집은 더는 자유롭게 생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집에 들어오면 밑의 이웃이 의식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행동하고 있다. 가족들은 어쩔 수 없이 조금씩 희생하고 배려하면서 살자고 말하지만, 굉장히 불편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 단속사회 - 엄기호, 창비, 2014, 15000원(사진출처. 네이버 이미지)>
엄기호 작가의 <단속사회>라는 책에서 층간소음은 집이라는 공간의 변화 때문에 생기고 있다고 설명한다. 예전에는 집이라고 한다면 담이 있는 형태, 이웃집과의 거리가 존재했다. 그때의 집은 가족끼리 충분한 대화와 정이 오갔던 친밀한 공간이자 자유로운 공간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아파트가 많은 도시에서의 집은 예전과 달리 물리적 공간 자체가 많이 축소됐다. 한 발짝만 움직이면 이웃집이 나오는 아파트 구조는 마치 집이 아닌 방 같은 개념으로 변했다. 문제는 물리적 공간이 가까워질수록 이웃끼리 친밀도도 높아졌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개인주의의 영향 탓인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 감시하고 경계심을 가지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런 이유로 아파트 내에서 한 번씩 안면이 있는 사람에게도 인사하는 것조차 애매해 지기도 한다. 이웃에게 스스로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단속하면서 가깝고도 먼 아파트 내 주민들과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 사는 것이다.
층간소음 문제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은 인터넷의 댓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전에 층간소음으로 빚어진 살인사건 기사에 대한 댓글을 본 적이 있다. 사람들은 사건의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 이 사건을 윗집의 층간소음 때문에 고통을 받다 보니 그것이 오래 불만이 쌓여 범죄를 일으켰다고 이해 섞인 말투로 답하고 있었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누구나 시끄러운 이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을 것이다. 층간소음은 이제는 윤리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최근의 아파트는 층간소음을 고려한 구조로 지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오래된 아파트는 도시에 많이 존재한다. 층간소음은 누가 일부러 행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밑층에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시끄러워 밑에 집에서 누군가 올라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윗 층에 사는 사람은 막막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우리 가족이 말했던 조금의 희생과 배려가 층간소음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아니면 층간소음이 없는 곳으로 새로 떠나야 하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김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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