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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스포츠

KPBF 페더급 챔피언, 신현제 선수와의 대화

 

 

 

신현제

 

94년생

팀제이티복싱

13전 7승 1KO 6패

2010년 데뷔

2011년 1월 MBC 신인왕전 플라이급 우승(최연소 신인왕)

2014년 10월 KPBF 페더급 초대 챔피언

 

 

 

 

 

챔피언이 된 기분이 어떤가?

아무렇지도 않다. 주변 사람들이 좋아해줘서 좋은데, 그냥 끝났구나 그런 느낌이다. 대부분의 경기가 끝나면 그런 기분이다. 이번에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챔피언이구나 하는 느낌, 학교 다닐 때도 1등 같은 것 해본 적 없어서 그런 것 같다.

 

타이틀 전 삼수 만에 챔피언이 됐는데, 뭔가 특별한 기분이 들진 않았나?

그런 기분이 든다. 누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챔피언이다, 그런 생각은 있다.

 

부럽다.

아니다(웃음). 나도 지금 만족하지 않는다. 좀 더 이뤄야 만족할 것 같다.

 

팀제이티 체육관, 역사에 비해 성과가 두드러진다. 김주태 관장을 포함해 신인왕을 세 번이나 배출했고, 한국 타이틀도 두 개나 획득했는데 비결이 뭔가.

내가 생각해도 관장님이 좀 대단한 것 같다. 관장님은 체육관에서 혼자 운동하셔서 신인왕 되셨고, 이후 신인왕인 신동일 선수도 관장님이랑 두 명이서 운동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나나 성준이도 서로와 관원 몇 명을 제외하면 스파링 파트너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을 이렇게 훈련시키는 것도 대단한 것 같다. 우리 관장님은 제갈량이다.

 

이번 타이틀 전에서 상대한 임철현 선수는 어땠나?

임철현 선수의 예전 경기영상을 봤는데, 잘하더라. 펀치가 좋아 보였다. 그래서 두렵기도 했다. 예전에 큰 펀치에 맞은 기억 같은 것도 나고. 특히 주위에서 임철현 선수가 초반부터 밀고 들어올 거라고 해서 좀 겁이 나기도 했다. 근데 막상 들어가서 주먹을 교환해 보니까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라운드가 더해갈 수록 편했다.

 

이번 타이틀전을 포함해 최근 2경기를 이겼지만, 그 전에 꽤 오랜 기간동안 이기지 못했다.

그때도 운동은 똑같이 열심히 했다. 가장 문제가 됐던 건 역시 체중이었다. 그때 동영상을 다시 보면, 상대방의 공격 때문이 아니라 항상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체급을 올리고부터는 아예 그런 느낌이 없다. 당시 5연패에 빠졌을 때 운동에 대한 회의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다시 운동하면, 또 운동이 좋아지고 시합에 나가고 싶어졌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단 생각이 있었던 건가?

솔직히 말해서 아무 생각 없었다. 그냥 운동 하는 거다. 졌네, 또 열심히 하자. 부족한 걸 채우자 그런 생각이 있었다. 그 덕분에 지금 더 좋아진 게 많다.

 

얼마나 오랜 기간 연패에 빠졌던 건가?

꽤 길었던 것 같다. 2년이 넘는 것 같다.

 

그 기간 중에 한국 경량급에서 잘한다고 하는 사람은 다 붙은 것 같다. 정주현, 김예준, 이범영 등등 기억에 남는 시합 없나?

일본 원정 가서 붙었던 나가미네 카츠노리다.

 

이유는?

솔직히 나가미네 경기 외에도 KO 당한 적이 있긴한데, 그래도 주먹이 아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근데 나가미네랑 할 때는 펀치 맞는데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잽 한 방에 코뼈가 나가서 3라운드에 TKO 당했다.

 

한국 선수와 가진 시합 중에서는 어떤 경기가 기억에 남나?

정주현 선수와의 시합이다. 그때도 감량 문제가 조금 있기는 했다. 근데 그것 보다도 기량 차이가 많이 났다. 내가 할 줄 모르는 걸 많이 할 줄 알더라. 신인왕전 때 붙었을 때 보다, 기량이 많이 는 것 같았다. 그리고 데뷔전에서 붙었던 임진욱 선수와의 경기도 기억난다. 그때 임진욱 선수가 계체를 오버해서, 체급이 안 맞는 상태에서 붙었다. 데뷔전인데, 체중 차이도 많이 나서 힘들게 시합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그때 보다도 나가미네 펀치가 더 아팠다.

 

그 선수들의 장점 중에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각자의 장점이 있어서 부럽다고 말하긴 그렇다. 그래도 정주현 선수의 발 놀림, 김예준 선수의 수비, 그리고 나가미네 선수의 펀치 각 같은 것은 참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배우고 싶기도 하다.

 

연패 기간 중에 붙었던 선수랑 다시 하고 싶은 생각도 있나?

체급이 달라져서 가능성은 많이 낮아졌다. 만약 붙는다면, 지금 내 나름대로 베스트 체중을 찾은 것 같기도 해서 자신 있다.

 

나가미네도?

지금은 나가미네랑 한다고 해도, 쉽게 질 것 같지는 않다.

 

정주현 선수가 동양 랭커들과 붙은 경기를 보니, 또래의 한국 랭커들이 꽤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국 선수들의 주먹이 굉장히 강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같은 환경이었으면, 일본이나 동남아 선수들보다 훨씬 잘했을 거다.

 

앞서 언급된 한국 선수들, 거의 다 90년 이후 출생인가?

아마 다들 나보다 두 살, 세살 많은 것 같다.

 

신현제 선수와 그들이 황금세대가 될 수도 있겠다.

나는 그들에 비하면 주목 받는 선수가 아니다. 그래도 그렇게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예전 인터뷰에 보면 어려운 가정환경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가족이라는 존재 때문에 더 마음을 다잡게 되는 부분이 있나?

우리집만 어렵게 살지는 않는다그래도 우리집 형편이 조금 어려운 것에 대해 생각하면 큰 성공을 거두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 행복한 상상들이 쉬지 않고 운동하게끔 만들어 준다.

 

지금 조금 힘들더라도, 나중에 더 큰 성공을 하고 싶다?

그런 것도 있는데, 그냥 복싱이 좋다. 항상 링에 올라가 있으면 내 세상인 것 같고, 내 무대인 것 같고, 설레고 재밌다.

 

이겨도 져도, 링 그 자체가 좋다는 건가?

맞다. 가장 큰 이유다. 살아오면서 공부든, 운동이든 다 못했다. 그런데 복싱 시합 하면서, 처음으로 칭찬 받았다. 정말 기분이 좋았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지만, 그때 그런 칭찬들이 지금까지 운동하게 만든 것 같기는 하다.

 

몇 년도에 데뷔했나?

2011년에 데뷔했다.

 

그때 몇살이었나?

17살이었다. 최연소 신인왕이 됐다.

 

16살에 신인왕, 20살에 챔피언이 됐다. 전적이 13전이면, 또래 파이터들에 비해 굉장히 많은 편 아닌가? 쉬지 않고 달온 것 같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적은 숫자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앞으로 병역을 해결해야 한다.

1월에 입대하려고 준비 중이다. 내게는 나름 큰 고민인데, 그냥 잠쉬 쉬다가 온다고 생각하고 싶다. 4년 동안 쉬지 않고 운동했다. 쉬는 것도 나쁘지 만은 않을 것 같다.

 

병역을 해결한 후의 방향을 생각해 둔 게 있나?

동양권에서 경쟁해보고 싶다.

 

입대 하기 전 경기를 더 가질 생각인가?

입대가 얼마 안 남았는데,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 시합만 할 수 있으면 동체급이 아닌, 가까운 체급 선수와도 할 수 있다.

 

 

 

 

페더급은 처음 뛰었는데 어땠나?

베스트인 것 같다. 지난번에 56kg으로 했던 계약체중 경기랑 이번 경기는 힘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예전에 플라이급, 밴텀급 뛸 때는 감량 폭이 커, 경기하기도 전에 이미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지금 체급이 좋고, 가진 기량도 완벽하게 선보일 수 있는 것 같다.

 

 

낮은 체급에서 뛸 때 감량 때문에 경기력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했는데, 신현제 선수도 다른 파이터들처럼 감량이 가장 힘든가?

많은 감량을 하던 시절에는 경기 당일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지만, 나는 감량 과정 자체는 괜찮다. 감량할때 힘들긴 한데 그것도 재밌고 행복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체중이 막 쑥쑥 빠지는 거 보면 재밌기도 하다. 또 계체 끝나고 포카리스웨트 마시면 온 몸에 시원한 기운이 퍼지는 그 느낌도 좋다.

 

평소 체중이 얼마 정도 되나?

65KG정도 된다.

 

경기 당일까지 얼마나 회복하나?

재보진 않았는데, 2~3kg 정도 찌는 것 같다.

 

회복되는 몸무게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시합 때 불리하지 않는가?

컨디션이 나쁜 것 보다야 회복량이 적은 게 낫다. 되도록이면 가벼운 몸상태로 올라가려고 한다.

 

상대 중에 체중 리바운드가 많이 된 선수가 있었나?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김예준 선수가 경기 당일에 몸이 많이 커져 있었다. 계체량 때는 작아 보였는데, 경기 당일에 엄청 크더라.

 

 

 

 

롤모델은 누군가?

유명우 선수와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 선수다. 유명우 선수의 예전 경기를 보면 정말 믿을 수가 없다. 끊임없이 펀치가 나온다. UFC의 정찬성 선수가 코리안 좀비라지만, 원조 코리안좀비는 유명우 선수다. 정말 좋아한다. 차베스도 쉬지 않고 주먹을 내는 선수다.

 

한방이 강한 것 보다도 상대를 질리게 하는 선수들인 것 같다.

그렇다. 나도 내 기량을 다 보여주면서 승리하는 게 좋다. 사람들은 일방적인 경기보다도 전쟁같은 시합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끊임없이 붙어서 싸우는 게 좋다.

 

그래서 임철현 선수와의 시합에서도 그렇게 붙어서 싸운 건가?

그런 이유도 분명히 있다. 근데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멀리서 하는게 좀 두려운 것도 있었다. 김필준 선수와 나가미네와 했을 때의 기억 때문에 거리를 두기 보다는 가까이서 하고 싶었다. 마지막 이유는 내가 끝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다. 코너에서는 계속 빠지면서 하라고 했는데, 뭔가 끝내고 싶다는 욕심이 나서 붙어 있었다.

 

신현제 선수도 롤모델들처럼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 같나?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정말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상하게 그렇다. 예전부터 안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다. 뭔가 정말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성동욱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SCO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