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KBS 9시 뉴스는 “[단독] 바닷고기에 위벽 뚫는 ‘고래회충’ 유독 증가…왜?”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울산 앞바다에서 잡은 망상어마다 정체 모를 기생충이 나온다는 얘기였다. 영상 속에서 기자가 확인해 본 10마리의 망상어에서 나온 기생충은 길이 1에서 3cm의 시뻘건 선충이었다. 아가미와 지느러미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확인됐으며 물고기가 죽은 뒤에도 2시간 이상 살아있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문의해보니 고래회충에 속하는 '필로메트리(Philometrides)'라는 소견이 나왔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 고래회충은 위벽을 뚫고 들어가 복통, 구토, 위경련 등 많은 고통을 동반한다고 한다. 고래회충의 일부 종은 내시경을 통해서만이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이렇다 할 약물치료법이 없으며 변으로 배출되지 않아 심한 경우 내시경이나 수술로 기생충을 떼어내야 한다는 게 의료진의 얘기다.
울산대병원의 김문찬 교수는 "가급적이면 물고기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바로 회를 먹지 말고 기생충이 있다고 의심된다면 반드시 익혀 먹을 것"을 당부했다. 특히 고래회충이 몸속으로 들어가면 수 시간 지난 후 복통이 오기 때문에 회를 먹고 위에 이상을 느끼면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당시 9시 뉴스 제목은 "위벽 뚫는 '고래회충'...생선 섭취 주의"였다.
당시 충격적인 현장 사진으로 인해 많은 매체가 KBS 보도를 인용, 고래회충의 위험성을 알리기 시작했고 실시간 인기검색어에 올랐다. "고래회충 울산 앞바다 다량 발견… 약물 치료법 없어" "고래회충 다량 발견, 공포 확산" "고래회충, 인체에 치명적" "고래회충, 심할 경우 위벽까지 뚫어버려" 등의 기사가 쏟아졌다. 지난 13~17일까지 포탈사이트 네이버에 송고된 '고래회충' 관련 기사는 500건이 넘었다.
또한, 고래회충 뉴스는 SNS를 타고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쏟아진 기사 탓에 네티즌 사이에서는 "고래회충 감염이 걱정되니 횟집 방문을 자제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안심하고 회를 먹어도 된다. 논란의 실마리를 제공한 기생충이 '고래회충'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서정수 박사는 "필로메트라과는 붉은색, 아니사키스과는 노란색·흰색이어서 육안으로 구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단국대의대 기생충학 교수는 "필로메트라와는 성충으로 유충인 고래회충에 비해 크기가 크다"면서 "고래회충은 최대 2cm에 불과하며 뭉쳐있지 않고 각각 반지 모양처럼 말려 있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고래회충 공포 해프닝'과 관련해 두 전문가는 모두 국민들의 안심을 당부했습니다. 일단 울산 앞바다의 망상어에서 기생충이 발견된 건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서 박사는 “사람 몸에 기생충이 사는 것처럼 물고기 몸에도 기생충이 살고 있는 것이지 특별한 일이 아니다”면서 “최근 들어 특정 어종에서 기생충 증가 현상이 보고되거나 계절변화 등에 따른 유의성이 발견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고래회충이 대량 발견된 게 아니니 안심하고 회를 먹어도 된다. 서 교수는 "고래회충은 본래 생선의 내장에 있다가 생선이 죽으면 1~2시간 후에 밖으로 기어 나오지만 육안으로 감별이 되는 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죽은 지 오래된 생선을 회로 먹으면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막 잡은 신선한 회를 먹으면 괜찮다"고 말했다.
매년 고래회충은 이맘때쯤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다만 13일 KBS가 단독보도로 고래회충의 위험성을 알리면서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16일부터는 고래회충이 아니고, 위험이 되지 않는다고 보도가 되고 있다. 역시나 기사가 번복되고 있다. 이젠 우리 먹거리마저 매체들 간의 의견이 다르면, 우리는 무엇을 믿고 음식을 먹어야 한단 말인가?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SCOOP
박호경
-일부 내용은 한국일보 김지현 기자의 기사를 인용하였습니다.-
[사실은…] 방송 속 벌레는 '고래회충' 아닙니다
http://www.hankookilbo.com/v/657fde4923f3488ab89f122cb4a3c6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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