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log/문화

현실을 바라보는 '독수리의 눈'

 

초판 인쇄 2000년 9월 25일. '독수리의 눈'은 론 버니 저자가 바라본 호주 원주민에 대한 이야기다.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원주민족 중 하나인 나무리 족의 아이들인 구답과 유당의 눈을 통해 호주에 뒤늦게 도착한 백인들이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원주민들을 어떻게 몰살시켜 갔는가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가족과 은인들이 백인의 손에 몰사당하는 것을 직접 보며 살기 위해 물과 먹을 것을 찾아다니며 두 아이가 생존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사실 이 책은 과거의 사실을 아이들을 이용하여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백인에 대한 두려움과 생존에 대한 위급함에 떨며 살아가는 두 아이. 여러 원주민족을 만나 생명을 유지해 가지만 결국은 백인들에 의해 평화는 깨지고 만다. 그 속에서 구답은 사냥기술을, 유당은 약초 캐기 등의 일들을 배우게 된다. 독수리같이 날카로운 눈을 가진 구답의 뛰어난 관찰력 덕분에 한순간 백인들을 물리치는 것 같았지만, 이윽고 또다시 들이닥친 백인들에 의해 원주민들은 몰살당하고 두 아이는 가까스로 도망친다. 결국, 그들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힘겹게 삶을 다시 시작하며 살아가게 된다.

 

  잔인한 내용도 거리낌 없이 서술하고 있는 책이라 어린 학생들이 보기에는 거부감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난 이 책을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봤다. 저자의 문체가 독특해서 재미있게 읽었지만, 내용은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마음에 와 닿지 않았던 터이다. 그리고 책의 제목인 '독수리의 눈'도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제목 짓기 귀찮아서 대충 지은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진짜 제목의 의미는 책 속에 숨어있다. 구답과 유당이 백인들의 위협으로부터 방황하고 있을 때 길가에서 죽어 있는 사람을 먹는 독수리가 등장한다. 단편적으로는 죽은 시체를 먹는 독수리다. 하지만 결국은 미래를 암시하고 경고를 주고 있다. 결국 두 아이가 지쳐 쓰러지게 된다면 독수리의 밥이 될 것을 의미한다. 이때 구답은 '독수리와 눈'을 마주치며 다시 한 번 삶의 의지를 이어나가게 된다. 


  순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은 없다. 역경과 고난은 언제든 자신을 찾아올 수 있다. '독수리의 눈'은 위험을 헤쳐나갈 때도 유용하겠지만, 채찍질하는 수단으로도 이용될 수 있다. 구답이 '독수리의 눈'을 보고 깨우치듯이 말이다. 사람은 언젠가 죽게 된다. 그 순간이 원하든 원하지 않던... 대신 그것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삶을 바라보는 눈을 달라지게 해줄 것이다.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SCOOP

박호경


사진출처 : 네이버 북스 "독수리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