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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사회

종파간 경쟁과 증오가 키운 IS괴물


'피의 13일의 금요일' 파리 참사 장본인으로 지목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이슬람 세계에서 '돌연변이'로 일컬어진다.

과거 알카에다 등이 단순한 테러집단이었다면 IS는 명실상부한 국가를 천명했다. 알카에다와 달리 IS는 실제 영토를 지배하며 국가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IS 최고지도자는 이슬람교 역사 초기에 등장한 '칼리파(영어 칼리프)'다. 정치와 종교가 일치하는 이슬람 국가를 세우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IS는 자신들을 '칼리프제 국가'라고 칭하며, 파리 테러에서도 테러리스트들은 '칼리파'를 언급했다. 

IS는 이슬람 이교도에 대한 '성전'에 나설 때 모든 이교도는 물론 심지어 같은 이슬람이지만 다른 종파인 시아파마저 공격 대상으로 삼는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IS의 무차별적 테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태생과 굴곡된 현대사를 반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서구 열강 식민지하에서 비롯된 세속주의를 배격하고 이슬람 본연의 '순수성'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근본주의가 무차별적 테러로 왜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교에서 지하드는 자기 성찰과 다른 종교에 대한 투쟁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공존한다. 과거 이슬람의 지하드가 전자였다면, 현대에서는 후자가 주를 이루고 있다.

지하드를 타 종교·정파에 대한 적대심으로 집중시킨 인물은 이집트 출신인 사이드 쿠틉이다. 시인이자 문학장학생이었던 쿠틉은 미국 유학 후 돌아온 고국에서 식민지 상황에 분노했다. 그는 이슬람이 아닌 모든 곳을 이슬람의 힘으로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무력을 통한 성전을 최고의 종교적 행위라고 설파했다.

쿠틉의 사상은 식민지 지배 및 서구 열강의 힘을 입은 지배층에 환멸을 느꼈던 젊은 층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대표적인 인물이 2001년 미국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라덴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던 탈레반이다.

1979년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계기로 들고 일어선 젊은 전사들은 전쟁 후 방향타를 잡지 못했고, 빈라덴은 이들을 규합해 세력화했다. 특히 이슬람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와 메디나에 미군이 주둔한 것이 이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이때 아프간 신생 조직인 탈레반을 후원해 정권을 장악함으로써 이슬람 무장 조직의 '맏형'이 됐다.

빈라덴 사후 이슬람 무장 조직은 예멘, 시리아, 이라크 등 국가별로 산발적인 테러 및 반군 활동에 그쳐 국제적으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1년여 전에 등장한 IS는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에 불과했다. 하지만 IS는 다른 무장 조직들이 미국 등 외부 적과의 싸움에 몰두할 때 철저히 이라크 내부를 장악하는 데 집중했다. IS 지도자인 알바그다디는 사담 후세인 정권 장교 출신으로 죄수들을 탈옥시키는 등 이라크를 무법지대로 만들었다.

특히 IS는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알카에다와 절연했다. 알카에다가 시리아 내전에서 IS에 지시 이행을 요구했지만 IS는 알카에다 측 특사를 죽였고, 알카에다 역시 IS와 결별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이슬람 국가들을 중심으로 테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정치적인 이유보다는 종교적인 원인이 더 크다. 전 세계 이슬람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수니파와 '자신들만이 정통'이라는 시아파가 선명성 경쟁을 펼치면서 근본주의적 경향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심지어 수니파와 시아파 내부에서도 과격적인 성향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얼마 전 IS가 레바논 베이루트 시아파 근거지에 연쇄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소위 중동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IS를 동맹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복잡한 중동 정세를 대변하고 있다.

'조폭' 질서와 마찬가지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은 '힘센' 조직에 기대는 경향이 강하다. 과거 무슬림형제단, 알카에다가 승승장구했을 때는 그들에 기대어 기생하다가도 조직의 세가 약화하면 다른 조직 품으로 옮기며 자신들의 힘을 키워 독립하는 양상을 띠었다.

IS 외곽 조직으로 '충성맹세'를 한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등의 '보코하람'과 '알샤바브'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테러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참수 등 잔혹한 만행을 통해 다른 조직과의 선명성을 강조해야 신규 조직원을 더 많이 모집하고 공포를 통한 점령 지역 장악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과거 열차 테러를 넘어서 여객기 폭탄 테러, 파리 공연장·축구경기장 테러를 통한 무차별적인 인명 살상은 선명성 경쟁을 기도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광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4&oid=009&aid=0003620421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SCOOP

정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