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다큐서 믿기 힘든 '장난질'
바티칸서 인터뷰한 시민들 모조리 축구선수 이름으로 내보내
수신료 받는 공영방송 교양 다큐서 초유의 시청자 우롱 사태
황당한 시청자들 "담당PD가 미쳤나" 인터넷 게시판에 성토
교황의 방한을 맞아 어제(8월 9일) 저녁 방영한 KBS 교양 다큐멘터리 <걸어서 세계속으로 - 로마 & 바티칸 편>을 시청하던 이들은 눈을 의심했다. '잔루이지 부폰' '안드레아 피를로'.. 현지서 인터뷰에 응한 로마 바티칸 시민과 관계자들의 이름이 모두 어딘가 익숙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은 월드컵만 시청했더라도 들어봤음직한 이탈리아 유명 축구 선수들의 이름이 멀쩡한 다른 시민들의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 방송 중 로마 바티칸 현지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 이름을 표기한 자막들. 모두 현 이탈리아 유명 프로축구 선수들의 이름을 가져다 썼다.)
한두 번의 표기 오류였다면 실수로 웃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이처럼 등장하는 인터뷰이의 이름 거의 대부분을 축구선수의 이름으로 처리한 점으로 볼 때 제작진 누구의 '장난'과 같은 의도적인 시청자 기만 행위라는 의심을 피하기 힘들다.
일반 시민 외에도 상대적으로 신분 정보가 명확한 바티칸 공보 담당자의 이름까지 박지성과의 맞대결로 유명한 '안드레아 피를로' 선수의 이름으로 표기한 점 등도 이 같은 의심을 확실케 하고 있다.
이번 <걸어서 세계속으로> '천국으로 가는 열쇠, 로마 & 바티칸' 편은 오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맞이해 이탈리아 현지를 찾아 시민들을 인터뷰하며 교황에 대한 인식과 평소 교황이 기거하는 바티칸의 모습을 소개했다. 하지만 어이없는 자막 표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서 신뢰성도 잃고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오점을 남길 여지를 제공하게 됐다.
(▲ 지난 월드컵에서 우루과이 공격수 수아레스의 '핵이빨 사건' 때 어깨를 물려 큰 주목을 받았던 이탈리아 수비수 키엘리니의 이름도 방송에서 교황의 여름 별장 관리자의 이름으로 버젓이 사용됐다.)
이처럼 황당한 일이 벌어지자 이 방송을 본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해당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 등에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명백한 시청자 우롱 행위" "축구 팬들의 수준을 무시하나"는 의견부터 "'수신료의 가치' 운운하더니 이게 공영방송의 수준이냐"며 수신료 인상을 호소했던 KBS를 질타하는 글까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시청자 게시판에는 성난 시청자들과 이번 사건을 비꼬는 네티즌들이 몰려들었다.)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지난해 10월 방영했던 일본 편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의 협찬고지 규정을 위반해 지난 7일 과태료 900만원의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시청자에 대한 공식 사과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논란에 대해 KBS 측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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