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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사회

또 하나의 밀양, 청도 삼평리

[르포] 또 하나의 밀양, 청도 삼평리에 가다.

 

8월 9일, 태풍이 올라와 비가 심하게 올 거라던 주말. 아침부터 밖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목적지는 청도였다. 경상북도 청도군. 새마을 운동의 발상지이자 소싸움으로 유명한 그 곳. 하지만 이젠 송전탑 건설을 두고 전쟁터가 되고있는, 또 다른 '밀양'이다. 뉴스와 SNS를 통해서 소식을 접해 왔지만, 직접 보는 것이 제일 빠르고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부산 초록농활' 팀과 함께 청도로 향했다. 

 

[8월 9일 오후 3시]

2시간를 달려 도착한 청도 삼평리는 예상과는 달리 조용했다.

차를 타고 갈 때, 상황이 급박하다는 소식을 듣고 긴장해 있었는데, 알고보니 상황은 아침에 벌어졌었다.

갑작스럽게 온 레미콘을 막다가 많은 사람들이 경찰에 잡혀갔다. 싸움이 막 끝난 뒤 도착한 것이다.

청도군 삼평리는 송전탑 둘러싸고 2009년부터 투쟁이 시작되었다. 마을 주민들은 '보상금은 필요없고 송전탑 건설을 옮겨달라'고 요구하지만 한국전력은 단 1cm도 공사장을 옮기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수능이 끝나고 난 뒤, 우연히 타게 된 밀양 탈핵버스에서 이 곳을 들렸다. 농성장 옆 조그마한 창고에서 마을 주민들과 점심을 나눠먹은 기억이 났다.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공사장은 이제 도로 바로 앞에도 지어졌고 그 옆에는 조그만한 천막으로 농성장이 만들어졌다.

 

공사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있는 시민들,박수현

농성장에는 주민들 외에도 연대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있다. 서울,부산,대구.. 전국 각지에서 청도 송전탑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삼평리를 찾아왔다. 특히 청년들이 많이 있었다. 동행한 '부산 초록농활'팀을 비롯해 중앙대 사진학과 학생들, 대구대 사회과학동아리 '역지사지' 등등 많은 청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농성장 안에서는 사람들이 팔찌를 만들고 있었다. 대구에서 오신 분이 준비 한 것인데 팔찌를 만들어서 기부를 한단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팔찌를 만들고 수박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농성장에서 조금 떨어진 공사장을 찾았다. 험한 산길을 헤치고 나가자 공사현장이 보였다. 철장 안에서 인부들이 우리들을 쳐다보았다.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니 인부들이 열을 맞쳐 서서 공사현장을 막는다. 인부 한명이 '찍지마'라고 소리쳤다. 옆에 있던 미디어 활동가가 반말하지 마라며 맞받아 쳤다. 그 현장을 찍은 영상이다.

 

[8월 9일 오후 7시]

 

7시가 되자 노래공연이 펼쳐졌다. 근처 어르신들 부터 밀양에서 온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가수 임정득씨는 이날 공연에서

'아름다운 이곳에서 공연을 하고 싶었는데, 오늘처럼 힘든 날에 오게 되었다. 하지만 노래는 힘들 때 같이 부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 말하며 공연의 시작을 열었다. 지나가는 차량이 경적을 울리는 등 방해가 있었음에도 공연은 활기차게 진행됐다. 책 '삼평리에 평화를' 낭독회에서는 청년들이 책의 인상깊은 구절을 읽어나갔다. 마을 어르신들에게 마이크를 넘겨 드려 말씀을 들으려 했지만 대부분은 쑥쓰러워 하셨다. 공연이 끝난 뒤, 사람들은 농성장 천막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불렀다. 같이 온 '초록농활' 팀 사람들도 맥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소회를 밝혔다. 그렇게 청도에서의 밤이 저물어 갔다.

[8월 12일 오후 3시]

오늘 아침, 카톡으로 청도의 소식이 전해져 왔다. 수많은 경찰들이 사람들을 막아섰다. 할머니들과 시민들은 온몸으로 레미콘을 막아섰다. 평일이 되자 다시 전쟁은 시작되었다. 청도를 떠날 때, 기타를 치시던 남자분이 평일에 다시 오라고 말했다. 그 말의 의미를 이제 알 것 같다. 머지않아 평일에 청도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청도의 상황을 알고 싶다면]

페이스북 페이지 '청도' : www.facebook.com/cheongdo345out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