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4강에 가도 실패한 시즌
“공격은 박병호, 강정호가 아닌 다음에야 잘 하면 1점을 내는 것이다. 하지만 수비에서는 순식간에 3, 4점을 내줄 수 있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이 한 스포츠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단순한 야구의 명제는 29일 롯데와 기아의 경기에서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이 경기에서 롯데는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그 실수들로 인해 4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기아에 경기를 내줬고, 롯데의 4강행엔 적신호가 켜졌다. 사실 다급한 상황에 저지른 황재균의 실수나, 승부가 완전 기운 시점에서 하준호와 손아섭이 범한 실수는 적신호라 부를만한 것이 못 된다.
왜냐하면 그게 롯데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에 늘 진출하던 시기에도 롯데의 수비는 이런 모습을 많이 보였다. 딱 이 정도 수준의 팀으로 머무른 역사가 꽤 깊다는 것이다. 진짜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좌익수 박종윤이 범한 두 번의 실수다. 이 두 번의 실수는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다. 기록원의 실수는 아니다. 분명 두 번의 실수 모두 실책으로 기록하기엔 애매한 구석이었다. 다만, 기록상으로 아무 문제없는 그 두 번의 플레이는 결국 승부를 내주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롯데는 5회초 리드를 뺏겼다. 5회 2사 2,3루에 신종길이 친 타구가 파울 지역으로 가다 바람을 타고 급격하게 라인 안으로 빨려 들어오자 박종윤은 그만 ‘만세’를 부르고 말았다. 스코어는 1대1에서 2대1로 바뀌었다. 앞서 말했듯 이 실수는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 타구는 정상적인 외야수였으면 어렵지 않게 처리했을 타구다. 결국 이 실수로 뺏긴 리드를 롯데는 단 한 번도 되찾아오지 못했다. 사실상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상대팀에겐 결승타가 된 셈이다.
도돌이표가 되겠지만, 이런 결과물은 역시 코칭스태프의 무리한 운영 때문이다. 라인업을 짜고, 엔트리를 운영하는 것이야 코칭스태프, 특히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라인업의 운용이 과연 옳은지는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만약 박종윤이 스프링캠프에서라도 외야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면 얘기는 다르다. 수비에 있어서 그의 재능은 남다르니까. 하지만, 시즌 중에 팀 사정상, 이전에 맡은 바 없던 포지션을 선수에게 강요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무리한 요구다.
물론 롯데가 안고 있는 문제는 상당히 풀기 어려운 것이다. 라인업의 두 꼭지에 세 명의 3할 타자가 몰려 있다. 이 중 누군가를 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나 더는 것은 더하는 것보다 어렵다. 애초에 이런 엔트리가 주어진다면, 그 누가 감독을 하더라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 축구처럼 로테이션을 하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매일 경기를 갖는 야구의 사이클은 다른 구기종목보다 예민한 구석이 있다. 또한 김성근 이외에 로테이션을 이용해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감독은 없다(실력이 조금 떨어지는 선수들을 번갈아 쓰는 경우를 제외하고).
롯데는 4강에 갈지도 모른다. 물론 4강에 간다고 해서 이 팀이 수준 이하라는 사실마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프로야구의 거의 모든 팀이 수준 이하여서 그 결과를 쉬이 예측하기 힘들 뿐이다. 그러니 페넌트레이스의 80% 정도를 소화한 지금, 올해 롯데가 실패한 팀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닐 것 같다.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꼭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14 시즌 롯데의 모습은 과정부터 결과까지 모두 나빴다. 시즌 중 불거진 선수단과 한 코치의 마찰, 그리고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의 알력싸움까지. 올 시즌 롯데는 바람 잘날 없었다.
이렇게 재앙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 집단은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 일단 엔트리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든 사람에게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외국인 타자 선발에 가장 큰 실력을 행사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가장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가 아닌, 후보군 중 가장 우수한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로 선수를 뽑은 이는 누굴까. 그게 지도자인지, 프런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 능력을 가진 이를 이 판에서 녹을 먹게 하는 것은 이제 그만둬야한다.
성동욱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scoop
[인용기사] 로티노의 작아지는 존재감, 넥센의 커지는 아쉬움 http://isplus.joins.com/article/993/15628993.html?c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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