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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스포츠

사랑이 아빠 혹은 추성훈의 경기가 일주일 앞으로



사랑이 아빠 혹은 추성훈의 경기가 일주일 앞으로



사랑이 아빠의 경기가 있는 UFC fight night 51 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75년 생, 한국 나이로 40세인 추성훈은 이번 경기가 마지막 일전이 될것으로 예상된다. 


은퇴전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추성훈 개인에게 이 경기가 가지는 의미가 엄청날 것이다. 또한 그 만큼 한국 대중에게도 이 경기는 매우 흥미로운 이벤트가 될 것 같다. 추성훈은 비토 벨포트 전 이후, 약 2년 반 가량의 공백기를 가진 상태다. 그 공백기 동안, 꽤 인지도가 있던(격투기 선수 중에는 단연 톱이었던) 그의 인지도는 더욱 상승했다. 이제는 한국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육아예능프로그램인 <슈퍼맨이 돌아왔다> 덕이다.


비단 육아예능의 출연만으로 그가 단숨에 스타가 된 것은 아니다. 이전에도 추성훈의 경기는 남다른 관심을 받았다. 평소 격투이벤트 보다는 그가 출전하는 이벤트들에 관련기사도 많고, 시청률도 높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것은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이뤄졌다. 그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이전에도 몇몇 예능에 출연하며 웬만한 셀레브리티 이상의 인기를 얻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에 대한 관심이 실제 그의 경기를 보려는 시도로 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경우가 조금 다르다. 지금 대중들이 추성훈에 가진 호감이나 호기심의 정도는(그의 딸과 와이프에 대한 관심을 모두 포함해서) 그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전의 추성훈이 수 많은 셀렙 중 한명에 불과했다면, 지금의 그는 주말 예능의 편성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의 파워 있는 셀렙이 됐다. 이 정도라면, 격투이벤트 따위엔 관심을 주지 않던 시청자들을, 그의 경기에 한정해서라면 TV 앞으로 끌어오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전에 우리는 두어번 경험했다. 윤형빈과 송가연의 경기에서 말이다. 특히 윤형빈의 경기는 순간 시청률 7%대를 기록했는데, 이건 정찬성의 타이틀 도전 때도 기록 못 했던 성적이다.  윤형빈과 송가연이 가진 인지도에 비해 추성훈에 대한 관심이 월등하단 걸 상기시켜 봤을 때, K-1 시대가 종식된 이후에 방영된 격투 이벤트들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판도 예전보다 더 잘 차려졌다. 윤형빈과 송가연의 경기에 대한 홍보가, SNS나 보도자료, 혹은 케이블 채널에서의 홍보, 화제성이 덜한 예능프로그램에서의 등장 정도에 의존했다. 추성훈이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이번 경기에 대한 홍보는 이전의 두 경기에서의 홍보와는 비교도 안 되는 것이다. 동시간대 1위 예능에 그가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등장했다.


많은 대중들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기대하는 것이 사랑이가 보여주는 이미지들이라 하더라도, 그 곁에 있는 사랑이 아빠에 대한 존재 또한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프로그램은 아빠와 아이가 양 축이되어 이뤄지는 프로그램이다. 추성훈이 등장하지 않은 몇 주 간, 야노 시호라는 신선한 캐릭터가 그 헛헛함을 잘 메우고 있다지만, 시청자들은 사랑이를 바라보며 분명히 사랑이 아빠에 대한 부재를 은연 중 느끼고 있을 것이다. 추성훈도, 제작진도 의도치 않았겠지만, 이것은 그의 경기를 기다리는 대중에게 아주 밀도 있는 서사로 다가가게 됐다.


스포츠를 이야기하면서, 경기 이외의 것에 대해 더 많은 부분을 할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진 않다. 하지만 비참하게도 현재 이 스포츠는 이런 저런 화제성에 기대지 않고서는 궤도에 오르기가 버겁다. 그래서 추성훈 같은 화제성을 가진 선수들이 소중하다. 그가 대중들에게 이런 스포츠가 존재한다는 것을 눈으로 잠시 확인만 시켜줘도, 이 스포츠에 대한 인지도는 차원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성동욱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SCO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