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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문화

<비정상회담>엔 왜 동남아인이 없을까

 

 

 

 

<비정상회담>엔 왜 동남아인이 없을까

 

<비정상회담>엔 왜 동남아 출신의 출연자가 한 명도 없을까. 뜬금없이 이런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런 단상은 '출연진의 구성을 바꿔야 한다'거나 '인종차별적 구성이다'와 같은 문제제기는 아니다. 말하자면, 아쉬움이 내포된 질문 혹은 의아함 정도의 것이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통해서 과연 <비정상회담>이, 자신들이 내세운 프로그램의 아이덴티티를 잘 지켜나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따져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비정상회담>의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특정 대륙 출신의 외국인을 배제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정상회담>이 성공한 이후에, 매력적인 출연자들에 대한 수 없이 많은 기사가 나왔다. 개중에는 그들의 캐스팅 비화에 대한 내용도 많이 있었다. 그 기사들의 인터뷰에서 제작진이 내세운 기준이 명확했다. 헤럴드 경제에서 보도된 기사인 <'비정상회담’, 이 프로그램 단초는 전유성이 제공>에서 김명정 메인작가는 세 가지의 기준을 제시했다. 그 기준은“첫째,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할 것, 둘째, 자기만의 가치관이 뚜렷할 것, 셋째, 앞의 두 가지를 재치있게 표현할 수 있는 한국어 실력을 겸비한 외국인일 것”이다.

 

제작진의 출연자 선발 기준은 명확했고, 그 기준 아래 선발된 출연진들도 방송에 적합한 이들이었다. 그들이 함께 만들어 낸 프로그램 또한, 괜찮은 재미와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했다. <비정상회담>의 기본적 구성은 한국 청년이 자신의 고민에 대한 안건을 상정하고, 그 안건에 대해 각국을 대표한 외국인 출연자들이 안건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다. '세계'의 문제에 대한 토론이라기 보다는 '한국' 안에서 청년이 가진 고민, 그러니까 한국적인 것에 대한 세계인의 의견을 나눠보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출연자가 서로 자신의 국가에 대한 문화를 얘기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도 가진다.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이런 기본적인 구조에서 나의 '질문'이 더 강해졌다. <비정상회담>은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출연진 모두는 국내 거주 외국인이다. 그것도 꽤 오랜 기간을 한국에서 산 사람과, 앞으로도 살아 갈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구성은 '한국 거주 외국인들이 한국 사회의 다양한 현상에 대해 자신이 이해한 바를 말하고, 자신들의 문화와 비교해 보는 것'이라 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이런 구성이 우리가 좀 더 세계적인 안목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타 국가를 이해해야한다는 선에서 그친다고 할 수는 없다. 필경, 한국 내에서 우리가 어떻게 출연자들을 포함한 이주민들과 함께 살아갈 것인가, 라는 질문까지도 반드시 품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내가, 혹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갖게 되는 질문은 "왜 <비정상회담>에서는 우리가 가장 빈번히 조우하는 이들의 생각은 들을 수 없는 것일까"라는 것이다. 우리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나아가 한반도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이주민들에 대한 이해를 가져본다면, 그런 처소가 존재한다면, 거기엔 우리와 가장 마주 얼굴을 마주하는 이들이 존재해야만 하는 게 아닐까.

 

물론, 그들이 없어도 <비정상회담>은 충분히 재밌고,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또한 제작진의 출연진 선발 기준이 명확했기에, 인위적으로 출연진을 재구성하길 바라는 것 또한 무리한 요구다. 다만, 프로그램이 궤도에 오른 현재 시점에서 그들이 한 번 쯤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런 담론은 적지만 꾸준히 생산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상 중국인으로 분류되는 조선족을 재중동포로 감안하고 따져 봤을 때, 우리나라 외국인 인구의 1/3은 동남아 계열의 시민이다. 대다수의 국민은 그들과 가장 빈번히 조우한다.

 

<비정상회담>의 능력 있는 제작진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그들이 스스로 정한 아이덴티티, 혹은 그들이 자막에서 강조하는 그 가치들을 진정으로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재밌는 오락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의무인 그들에게, 왜 이런 배려까지 할 수 없었냐고 질문하는 것은 도덕주의적 오류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들이 자막을 통해서 매회 강조하는 덕목들을 시청자들이 좀 더 온전히 이해하려면, 프로그램이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소양이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시청자에게 <비정상회담>은 정말 재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우리가 가장 자주 보게되는 외국인들의 의견을 들을 수 없는 것은 아쉬움이다. 분명 그들의 결여는 <비정상회담>을 빚어내는 이들의 진정성을, 시청자들이 의아하게 느끼게 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성동욱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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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41014001237&md=20141015003021_BK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