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 장 폴 사르트르, 강명희 옮김, 2008 , 해서
장 폴 사르트르는 알베르 카뮈와 함께 프랑스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문학 작가이자 철학사상가다. 이 작가의 책은 읽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분위기가 어둡다. 실존주의라는 정의 자체가 인간의 불안감이나 고통을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다른 본질이나 가치에 기대지 않고 철저하게 홀로 남겨지며, 때문에 스스로 절망하며 동시에 자유롭다. 이는 필연적으로 인간을 불안하게 한다. 불안은 실존에 관한 인간 고유의 구조적 감정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도 ‘불안’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 사르트르는 실존주의를 통해 ‘불안’을 단순히 제거하려고 하는 게 아닌 받아들임으로써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최근에 읽은 사르트르의 대표적 작품<구토>이라는 책은 인간의 불안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앙트완느 로캉탱으로 도서관에서 일하는 지식인이다. 로캉탱은 매일 일기를 쓰면서 자신이 사는 세계의 모습을 기록해 나간다. 그는 일기 쓰는 행위를 혐오스러워한다. 세상을 과장하고 왜곡하려 하는 자신이 싫기 때문이다. 매일 틀에 박힌 생활 속에서 살아가는 그의 마음속에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관찰되는 세상의 모습은 부정적인 현실로 드러난다. 그가 자주 드나들던 술집에서 싸우고 있는 부부의 모습, 자신과 정반대의 사상을 가지고 있는 지식인과의 대립,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하는 여인들, 폭력을 행하는 사람들 등 주인공과 함께 등장하는 인물들은 똑같은 불안한 모습으로 생활해 나가고 있다. 로캉탱은 이런 생활을 관찰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몇 번의 구토감을 느낀다.
책을 읽으면서 주목해야 할 점은 로캉탱이 이 불안한 세상을 통해 바라보는 자신의 존재와 사물에 대한 생각이다.
“본질적인 것, 그것은 우연이다. 존재는 필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존재란 단순히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존재라는 것이 나타나서 ‘만나’도록 자신을 내맡긴다” (P.242)
“사물이란 순전히 보이는 그대로의 것일 뿐이다. 그 ‘뒤’애는 아무것도 없다" (P.177)
“본다는 것, 그것은 추상적인 것이며 확연하게 단순화된 관념, 인간의 관념이다. 거기 그 검정색 형태가 일정치 않고 줏대가 없는것, 그것은 시각, 후각, 그리고 미각을 훨씬 넘쳐흐르는 그 무엇이었다. 그러나 풍요함은 혼란으로 돌아가서 마침내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P.242)
사르트르는 이런 로캉탱의 존재에 대한 자각과 사물을 보는 태도를 ‘구토’로 묘사하고 있다. 구토라는 것은 단순히 사람들이 말하는 생리현상이 아니다. ‘무상’이다. 다시 말해서 내 주위에 있는 것들이 모든 것이 덧없다는 것이다. 구토는 로캉탱이 관찰하는 불안한 세상에 대한 저항의 표현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실존주의에서 말하는 ‘부조리’에 대한 희롱이다.
요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예술작품을 감상하거나 공부를 할 때, 또는 노동하는 과정에서도 말이다. 의미를 찾는 과정을 거친 뒤 다시 세상을 해석하려 하고 선택하는 삶을 살아나 간다. 그것이 과연 당연한 과정인 걸까. 그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불안감에 사로잡히거나 고통받는가. 사르트르는 이 책에서 당연시한다고 생각하는 과정이나 고정관념을 로캉탱의 구토라는 저항행위를 통해 거부한다. 그렇다면 구토를 통한 저항의 최종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벗어남’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로캉탱은 말한다.
“나의 외부로 존재를 내 쫓는 일, 순간순간을 쥐어짜서 나를 정화시키고 나를 견고하게 만드는 것” (P.322)
“나는 기차를 타려가려고 한다. 그러나 과거도 미래도 없이, 하나의 현재에서 다음의 현재로 떨어져가는 존재하는 것들 뒤에 힘차게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P.323)
만약 살면서 갑자기 불안감이 우리에게 엄습한다면 한번 맞서보는 것은 어떨까. 로캉탱은 구토를 통해서 벗어나려고 저항했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맞설 것인가. 살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김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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