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log/문화

<악사들> 리뷰 / 모든 것이 부산에서... 로컬영화의 진수를 보이다




모든 것이 부산에서... 

로컬영화의 진수를 보이다


기사 제목이 한 영화의, 로컬 영화로서의 가치만을 강조한 것 같아 조심스럽다.관객들에게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장르 중에 가장 대중적인 음악 다큐멘터리이다. 어쩌면 <악사들>은 아버지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그런 것처럼, 지역성이란 것은 이 영화가 가진 다양한 요소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다만, 필자가 산복도로에서 자란 부산 시민이라 영화에서 느낀 부산의 내음에 천착해 글을 쓰게 됐다.


<악사들>70~80년대 부산 지역에서 활동했던 악사들이 결성한 밴드 '우담바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로컬영화다. 범주를 좁히면 부산 영화다. 많은 관객들은 그게 뭐 대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영화 혹은 방송에서 이미 부산은 많이 다뤄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에서 로케이션 한 영화와 로컬 영화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닌다. 로컬 영화는 다루고 있는 지역만이 담고 있는 어떤 물성을 의도치 않더라도 관객에게 제공하지만, 부산에서 로케이션 했을 뿐인 영화들은 부산의 표상만을 영사했다.


로케이션 영화가 그 지역의 어떤 성질을 나타낼 수 없단 말은 아니다. 다만 한국의 영화판에서, 특히 상업영화판에서 그런 영화는 찾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부산을 떠올렸을 때 연상하는 영화들이 과연 부산의 지역성을 잘 나타낸 적이 있었는가. 타 지역의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부산 시민에게는 오히려 그런 영화 속에 나타나는 부산이 다소 이질적인 공간으로 느껴졌을 테다. 영화 속의 그 장소는 부산이라기보다, 그저 장르 영화의 클리셰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어떤 가상의 공간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부산에서 촬영한 많은 영화들은 부산이라는 지역이 가진 요소들을 장르적으로 이용하려 했다. 그런 영화들 속 부산의 모습은 오히려 지역민에게는 생경함을, 부산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그 장소를 오독할 여지를 줬다. 그 때문에 부산에서 로케이션 한 많은 영화들은 로컬 영화의 지위를 감히 획득할 수 없다. "언제나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우하라"는 칸트의 말처럼 그저 수단으로만 대우된 부산이라는 무대는, 지역이 가진 본질을 제대로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악사들>은 한 해에 몇 작품 나오지 않는 부산 영화다. 개봉되는 영화로만 따져보면, 한 해에 하나 있을까말까 한 존재다. 우선 이 영화는 부산에서 거의 모든 작업이 진행됐고, 출연자와 연출자는 모두 부산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 메이드인 부산인 셈이다. 이런 점이 이 영화에서 나타나는 지역성과 직결된다고 하지는 않겠다. 그래도 그 이유 때문에 이 영화가 의도하지 않고도, 부산의 다양한 정서 혹은 정취들을 뿜어낼 수있는 동력이 됐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무엇보다도 로컬 영화가 갖춰야 할 덕목이라면, 그 지역만이 가진 '어떤 것'들을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고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여러 번 언급했지만, 부산에서 로케이션 된 많은 장르 영화들이 그 부분을 간과했다. 하지만<악사들>에서 보이는 부산은, 혹은 부산만의 '어떤 것'은 강요되지 않는다. <악사들>의 카메라는 그곳의 풍경과 사람을 응시할 뿐이다. 영화 내내 이어지는 안정적인 구도와 다소 느린 호흡을 통해 보이는 부산의 모습은, 지역민에게는 익숙한 내음을, 지역민이 아닌 이들에게는 예전과 다른 부산의 내음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앞서 '어떤 것'으로 표현된 것에 그나마 가까운 단어가 있다면, 아우라일 것 같다. <악사들> 속 부산의 전경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는 전국의 관객들에게 부산을 좀 더 깊이 이해할 만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언제나 텍스트로써 어떤 것을 이해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지와 그것을 통한 어떤 체험은 텍스트로 규정할 수 없는 부분까지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다. 로컬영화 <악사들>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지역 간의 신뢰를 결여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지역 근간의 예술은 더욱 중요하다. 지역성을 담보로 하는 수많은 예술 작품들은 그 존재 자체로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가능성을 품기 때문이다. 누군가 영화를 대중예술의 제왕적 위치에 있다고 표현했다. 다르게 말하자면, 영화의 접근성은 다른 예술에 비해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로컬 영화는 한국 사회의 어떤 결핍들을 채워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악사들>의 존재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을 것이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if !supportEmptyParas]--> 성동욱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SCOOP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중복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