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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문화

감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기 - 20대 청춘들을 위해

<죽음의 집의 기록.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 이덕형 옮김, 열린책들. 2010>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스토옙스키는 1800년대 톨스토이와 더불어 러시아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다. 1849년, 28살의 나이에 도스토옙스키는 정부에서 ‘반체제 인사’라는 혐의를 받고 사형선고를 받는다. 작가가 사형장에서 총살을 당하기 직전에 황제의 특사로 형 집행이 중단되고 강제 노동형으로 감형을 받는다. 이 일 이후, 도스토옙스키는 죽음으로부터 가까스로 살아난 경험을 바탕으로 <죄와 벌>, <죽음의 집의 기록>, <백치> 등의 유명한 소설을 썼다.

 

   특히 이 <죽음의 집의 기록>은 작가가 시베리아에서 4년 동안 강제수용소 생활을 바탕으로 쓴 수기소설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유배생활 당시, 글쓰기조차 할 수 없어 머릿속으로 소설을 쓰면서 계속 암기했다고 한다. 그토록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담긴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의 주인공은 알렉산드르 뻬뜨로비치 고랸치꼬프라는 사람인데 아내를 살해한 죄목으로 감옥에 갇혀있는 것으로 이 책에서 그려지고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일기 형식을 통해 관찰자적 시점으로 묘사한다. 처음 감옥의 첫인상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출옥 할 때까지의 기록이 담겨있고 1, 2부의 형태로 구성돼 있다. 1부가 시간적인 순서를 통해 감옥 안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면, 2부는 감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부작용을 통한 고발적 형태로 전개해 나간다.

 

   ‘죽음의 집’이 뜻하는 것은 자유가 없고 현실과 단절된 곳, 감옥이다. 그곳에서 죄수들은 발에 족쇄를 차고 있으며 군인들에게 끊임없이 감시와 처벌을 받는다. 단테의 신곡에서 나오는 ‘지옥’ 편 처럼 감방생활은 그야말로 참혹하다. 죄수들끼리의 폭력뿐만 아니라 살인까지 저지르는 곳에서 고랸차코프는 그들의 행동을 계속해서 관찰한다. 죄수들을 보고 “모든 것에 익숙해질 수 있는 존재” 라고 묘사하는 주인공의 말은 그 고통스러운 공간 속에서도 사람들이 비윤리적인 행동에 대해 개의치 않고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은 감옥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죄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고랸치코프는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단순히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감옥에 온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책에서 공통으로 죄수들이 저지른 범죄들을 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의 한계 때문에 발생한 걸 알게 해준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귀족과 민중이라는 두 신분을 책에서 등장시키듯이 돈으로 인해 능력을 좌지우지하는 계급갈등이 범죄를 발생시키는 출발점인 것이다.

 

   “얼마나 많은 재능과 실력이 우리 러시아에서 가끔은 아무런 쓸모없이 부자유와 힘겨운 운명 속에서 파멸해 가는가 하고 말이다”

 

   이 고랸치코프의 말처럼 작품을 쓴 그 당시 러시아 사회가 부패로 얼룩져 있으며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간의 갈등이 심각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속에서 많은 민중이 억울하게 희생당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돈이라는 이유로 여자들은 사랑하는 남자를 버리고 나이 많고 돈 있는 집안과 결혼하려는 관습이 작품에 잘 그려내고 있다. 또한, 출세나 돈 때문에 사람을 속고 속이는 행위가 많이 있었으며 그 때문에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온 한 죄수의 이야기처럼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문제가 아닌지 주인공은 감옥 속에서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타인을 때릴 수 있는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사회적 비리의 하나이며, 사회에 내재하는 모든 문명적인 싹과 모든 시도들을 제거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며, 사회붕괴의 필연적이며 돌이킬 수 없는 완전한 근거인 것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죄수들 대부분은 자신이 처한 환경적인 운명 때문에 감옥에 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어떠한 의심과 불만조차도 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사람들을 범죄에서부터 교화시키려는 목적하에 끊임없는 감시와 처벌을 통해 죄수들을 괴롭히고 있다. 죄수를 심문하면서 용서해줄 것 같다가 죽여 버리는 이중적인 감옥 감독관의 모습은 비정상적인 감옥체제에서 죄수들이 희생당하며 살고 있는지 알게 한다.

 

   “이 같은 불행한 사람들에게도 잠시나마 자기식대로 살 수 있는 것, 인간답게 웃을 수 있는 것, 일순간이라도 감옥 같지 않은 현실을 느끼는 것이 허용됨으로써, 그들을 잠시나마 정신적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은 이 절망적이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절대로 이곳의 사람들과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아무리 죄를 지었다고는 하지만 그들도 결국 똑같은 인간이라고 고랸차코프는 주장한다. 각자 발에 묶인 족쇄를 걷어차고 감옥으로부터의 자유와 바깥의 희망을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는 존재들이라고 말이다.

 

   “따사롭고 화사한 햇살로 인한 설레임이 아니더라도 무한한 생명력으로 소생하는 주위의 자연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자연의 소리를 듣게 되면, 폐쇄된 감옥과 감시, 빼앗긴 자유의 현실이 더욱더 뼈저리게 실감 나는 법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문득 오늘날 젊은 청춘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요즘 20대를 보고 사회가 ‘오포 세대’라 부르고 있다고 한다.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이 5가지를 포기하고 꿈을 위해 살아간다는 말이다. 언제부터 20대가 그토록 부정적 이미지를 가졌는지 알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이 사회가 오히려 젊은이들의 자유와 희망, 가능성이라는 모습들을 감옥처럼 가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우리는 환경적인 운명에 의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족쇄처럼 옭아매고 있지는 않은 지 생각해 볼 때다.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은 그의 모든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을 만들어 나간다”고 말했다. 이 작품이 주는 교훈은 아무리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자는 거다. 감옥 같은 삶 속에서도 자유는 존재하듯이 말이다. 우리는 너무 젊은 나이며 아직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감옥 같은 삶을 스스로 받아들이며 살지, 아니면 20대를 부정적으로 만든 이 사회에서 스스로 묶인 족쇄를 풀고 자유를 위해 맞서 나갈지는 각자의 몫이다. 지금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과 노력이 자신을 만든다는 것, 그것을 잊지 말자.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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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