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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스포츠

'언더 독',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반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축하를 보낸다,그들은 승리할 자격이 있었고 우리보다 더 좋은 팀이었다."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이 끝난후 기자회견장에서 주제 무리뉴가 인터뷰 했던것과 같이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홈팀 첼시가 아닌 원정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였다.

 

철옹성과 같은 첼시의 홈 스탠포드 브릿지에서의 3-1 승리는 가히 기적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이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아드리안 로페즈,디에고 코스타,아르다 투란의 골을 묶어

1,2차전 합계스코어 3-1로 첼시를 꺾고 40년만에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에 성공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라운드에서 AC밀란,바르셀로나에 이어 지지난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첼시까지 꺾으며 이제는 같은리그이자 같은 연고지를 둔 레알 마드리드와 빅이어를 놓고 결승전 장소인 리스본으로 향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상대적인 약팀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며 그들이 예상치 못한 승리를 얻는 기적과도 같은 스토리를 바란다고 한다.

이처럼 경쟁에서 약자가 이기기를 바라는 심리적인 효과를 바로 언더 독 효과 라고 한다.

지금까지 비주류, 즉 '언더 독'이란 표현이 더 어울렸던 아틀레티코는 대체 왜 지금 이토록 놀라운 성공의 길을 열어가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여기서, 굳이 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대해 언더독이란 표현을 썻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듯 싶다.

그러기 위해선 프리메라리가의 중계권료 배분과 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재정위기에 대해 먼저 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프리메라리가, 최고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

 

 

프리메라 리가, 흔히 라리가라고 불리는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는

지금껏 오랜전통을 자랑하며 최근들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수준의 축구를 구사하는 리그라고 평가받고있다.

티키타카 전술로서 세계축구계에 한 획을 그은 메시의 바르셀로나와 스타플레이어들이 넘쳐나는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그리고 근 몇년간 꾸준히 유럽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발렌시아와 비야레알,세비야 같은 팀들을 주축으로

라리가는 세계최고의 리그로서 발돋음 했다.

 

이번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모두 라리가소속팀인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그리고 유로파리그 결승전의 한자리는 무조건 세비야와 발렌시아중 한팀이 차지한다.

그야말로 현 유럽축구는 라리가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그런데 이런 성공가도를 달리는 라리가는 그만큼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라니, 대체 무슨 소리일까?

 

바로 극도로 차별화된 중계권료 배분원칙이 바로 대표적인 예이다.

 

 

[라리가 중계권료 배분, 출처:stretford.egloos.com/2845966]

 

도표에 나와있듯 현재 라리가의 중계권료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독점하고 있다.

특히 2위 바르셀로나와 3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간의 중계료의 차이는 무려98M.

1M은 한화로 치자면 약 15억원 정도이니 계산해본다면 대략 1500억원 이상이 차이나는것이다.

 

가뜩이나 재정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있는 라리가의 많은 중소클럽에게 있어서는

이런 불합리한 형식의 중계권료 분배는 재앙이나 다를바 없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1년 클럽 운영예산이 바르셀로나가 1년동안 벌어들이는 중계료보다도 적은 수치이니 이미 말은 다한듯 싶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인기구단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만을 위한 법이라고 해야할까?

최고의 리그라는 말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기형적인 중계권 배분원칙은

서서히 리그자체를 뿌리부터 갉아먹어 가고 있다.

이런 상태로는 날이갈수록 부자구단들은 더 부를 얻고, 가난한 구단들은 더욱더 빈곤해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이 심해질 뿐이다.

 

사실 부자구단이라 하면 총 20개 팀 가운데 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뿐이다.

2팀의 부를위해 나머지 18개의 팀들이 희생당하고 있는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나머지 팀들은 모두 심각할정도의 재정위기에 봉착해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구단으로는 바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심각한 재정문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재정문제가 얼마나 심각하냐고?

간단하게 말한다면 빚을 갚기 위해 자신들의 경기장을 팔 정도라고 해야 할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비센테 칼데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그들의 홈구장인 '비센테 칼데론'을 마드리드시에 팔아 얻은 3억5천만유로를 모두 ​자신들의 부채청산을 위해 쏟아부을 예정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구단이 자신들의 상징과도 같은 홈경기장을 팔아야 할 정도라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대략 알수 있지않을까?

또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지난 몇년간 꾸준히 팀의 에이스들을 판매해 차익을 얻는 방식으로 팀을 운영해 오고 있다.

페르난도 토레스,세르히오 아게로,라다멜 팔카오와 같이 팀의 상징이라고 할수 있는 스타들이 막대한 이적료를 안긴 채 차례로 팀을 떠나갔다.

하지만 이런 공백속에서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는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09/10시즌 리그 9위에 머물렀던 아틀레티코는

10/11시즌 리그 7위,

11/12시즌은 리그 5위, ​유로파리그 4강에 진출했으며

12/13시즌은 리그3위에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는등 꾸준히 순위를 상승시키고 있다.

그리고 13/14 시즌 현재 리그1위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해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다.

어떻게 꾸준히 팀의 핵심적인 선수들을 판매하면서도 오히려 팀을 강하게 만들수가 있는것일까?

개인적으로는 현 감독 디에고 시메오네의 능력에 정말 큰 점수를 주고싶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본격적인 순위상승은 바로 디에고 시메오네의 부임이후 부터 시작됬다.

시메오네는 부임하자 마자 유로파리그 우승을 팀에 안겨다 주었으며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효율을 내는 영입들을 성공시키며 팀을 점차 차근차근 강화해 나갔다.

 

이번시즌 들어 급성장한 필리페 루이스,코케,후안프란,과 같은 선수들은 모두 시메오네가 만든 선수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아니다.

특히 라다멜 팔카오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고 있는 주포 디에고 코스타의 놀라운 성장은

시메오네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Diego Costa HD Image

<이제는 라다멜 팔카오를 넘어 세계최고의 공격수로 발전하고 있는 디에고 코스타.>

 

시메오네는 사실 굉장히 개성넘치는 자신만의(?) 전술을 구사하는 감독이다.

그동안 유럽축구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4-4-2 플랫의 투톱전술을 부흥시켜 챔피언스리그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단 한번도 지지 않으며 결승까지 그야말로 무쌍난무를 시전하며 올라왔으니 말이다.(아틀레티코 마드리는 현재 챔피언스리그 9승3무로 무패.)

 

기본적으로 그동안 축구전술의 테마가 점유율을 위주로한 티키타카와 전방압박으로 빠른역습을 전개하는 게겐 프레싱으로 대표되어 왔다면

이제는 시메오네식 축구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패싱게임을 위주로 점유율을 높이는것도 아닌, 그렇다고 미친듯한 전방압박으로 역습을 노리는 것도 아닌 상당히 애매모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전술은 정말 매혹적이라 말할수 밖에 없을것 같다.

 

참 재미있는 팀이다.

어찌보면 완전히 정반대의 유형의 축구를 구사하는 바르셀로나와 첼시를 상대로 오로지 자신들의 축구만으로 완벽한 승리를 따냈으니 말이다.

 

 

5월 24일,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펼쳐지는 13/14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그 어느때보다도 특별한 경기가 될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드디어 통산 10번째 우승을 차지할 레알 마드리드냐,40년만의 결승전 진출과 우승을 노리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냐.

지난시즌 결승전은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도르트문트의 데어 클라시코 였다면은

이번시즌 결승전은 라리가의 레알-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더비라는 것도 눈여겨봐야할 점이다.

 

지난시즌의 도르트문트또한 '언더 독'의 반란을 일으키며 결승까지 올랐지만 결국에는 뮌헨에게 패해 무릎을 꿇었다면, 과연 이번에는 다시 '언더 독'의 반란을 일으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