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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스포츠

앤더슨 실바, 무도가에서 파이터로.

 

 

(사진-앤더슨 실바 트위터)

 

UFC 168, 메인이벤트. 이렇게 표기하면 잘 모르겠지만, 당신은 이 경기를 목격했을 확률이 높다. 그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든, 이후에 편집된 영상으로 봤든 간에 말이다.

 

 UFC 168의 메인이벤트는 앤더슨 실바와 크리스 와이드먼의 2차전 경기였다. 이 경기는 대진 자체의 훌륭함 덕분에 격투기 팬들과 대다수 남성들의 지대한 관심을 얻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경기는 그 자체로서의 흥미보다도 어떤 사고로 더욱 기억에 남게 됐다. 싸움의 신이라고 불리던 사나이, 앤더슨 실바의 정강이가 골절된 그 사고 말이다.

 

실바를 신봉하는 수많은 종합격투기 팬들은 이 사고 때문에 둘의 진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납득이 가는 의견이다. 하지만 역시 앤더슨 실바를 신봉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견해에 완전히 동조하지는 못 하겠다.

 

나는 이 경기를 생방송으로 지켜봤다. 수많은 격투기 팬과 도박사들 의견처럼, 1차전과는 달리 실바가 타이틀을 다시 탈환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또 그러길 바랐다.

 

2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그 생각을 접었다. 믿음이 불안으로 바뀌었다. 그 이유는 실바의 자세가 변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2라운드 시작 때 와이드먼이 내민 글러브 터치(글러브를 부딪히는 방식의 인사)를무시했다.

 

고작 그것 가지고 패배를 예견했다는 것을 말로 다 설명하지는 못하겠다. 앤더슨 실바의 모든 경기, 모든 라운드를 지켜보며 그가 글러브 터치를 하는지 안 하는지, 통계를 내서 내린 결론은 아니니 말이다.

 

다만 실바의 인터뷰들을 통해 조금은 유추해볼 수 있겠다. 나는 실바를 상당히 좋아하고, 그의 많은 인터뷰 기사들을 읽었다. 그의 인터뷰를 볼 때면 어김없이 감명 받는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그가 이 운동을 대하는 자세였다.

 

그는 종합격투기를 대하는 자세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언제나 비슷한 답변을 하곤 했다. MMA 파이터는 자신의 직업일 뿐, 자신의 진짜 정체성은 무도가이다, 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는 이 말을 잘 지켜낸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켜본 많은 경기(소넨 전은 제외)는 그랬다. 정강이가 부러지던 날의 1라운드가 시작될 때만해도 그는 와이드먼에게 90도로 인사했다.

 

어찌 보면 이 사소한 행동의 변화는 그닥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 스스로 실바에게 가졌던 환상 같은 것을 그가 깨어버렸기 때문에 실망했던 것이고, 그것을 패배의 전조로 착각 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팬들에게는 신으로 추앙 받고, 스스로는 무도가임을 항상 강조했던 앤더슨 실바는 무도의 근간인 예(禮)를 져버린 순간,  다른 많은 선수와 다름 없는 위치에 놓이게 됐다. 이 사실만을 놓고 본다면,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가설은  논리적이지 않지만, 꽤 그럴 듯 하지 않은가.

 

 성동욱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SCO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