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민트페이퍼 공식 홈페이지)
지난 달 16일, 수백명의 관광객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참사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 온 국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전국 곳곳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각 방송사에서는 이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의 방영을 취소했고, 일부 공연 기획사에서는 4,5월에 예정된 공연들의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4월 26일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뷰티풀 민트 라이프2014’의 주최사 ‘민트페이퍼’에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를 축소시켜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시 총괄 프로듀서는 “음악과 공연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유희적인 기능이 크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정화하며 희망을 줄 수 있다”며 행사를 연기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뷰티풀 민트 라이프’는 개최 전날인 25일, 돌연 취소됐다. 공동 주최사인 고양문화재단에서 일방적인 공연 취소 통보를 한 것이다. 사고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의 슬픔을 뒤로 한 채 공연 진행에 협조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대중음악이 우리에게 잘못된 시각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재단은 음악 공연을 그저 춤추고 떠들며 노는 것으로 치부하고, 그것이 현재 비통함에 빠져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공연을 취소해버렸다.
음악은 그렇게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 느끼는 희로애락을 음악을 통해 표현해왔다. 또 음악을 들으며 기쁨은 공유했고 슬픔은 위로받았다. 우리가 우울하거나 슬플 때 괜히 음악을 듣는 게 아니다. ‘어떤’ 노래를 부르고 듣냐에 따라, 또 ‘어떻게’ 부르고 듣냐에 따라 그 음악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거나 치유가 되어줬다. 음악은 이렇게 춤추며 노는 행위뿐만 아니라, 우리의 아픔을 위로하기도 한다. 즉, 공연장 안에서도 얼마든지 애도와 추모의 뜻을 공유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중음악은 형평성의 관점에서도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 이번 참사로 인해 대중음악 공연은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됐지만, 클래식 공연이나 뮤지컬, 스포츠 경기들은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음악을 연주하고 부르고 듣는 일도 우리의 일상생활 중 하나일 뿐이다. 공연장에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사고 희생자 가족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생활도 그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뜻으로 모든 일상생활을 중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음악 공연도 어떤 사람에게는 직업 활동이 될 수 있는데, 이를 흥청망청 노는 일이라고 판단해 일방적으로 취소해버리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은 정말 비통한 일이지만 대중음악이 소위 말하는 ‘딴따라’로 치부되는 것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대중음악을 그저 춤추고 노는 것이라는 편협된 시각으로 바라보지만 말고,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정서를 공유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또, 앞으로는 하나의 공연이 공공기관의 일방적인 통보로 인해 취소되면서 대중음악이 지닌 의미와 가치가 무시당하는 참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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