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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사회

학대로 얼룩진 「도희야」, 같이 갈래?

 

영화「도희야」포스터 ㅣ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외딴 바닷가 마을, 상처투성이 소녀가 웅크리고 있다. 학대로 얼룩진 소녀 앞에 나타난 경찰 영남. 모두가 외면할 때 영남은 소녀를 지켜준다. 이유 없이 맞으면 안 된다 일러준다. 도움조차 청하지 못하던 소녀는 자신에게 처음 손 내밀어준 영남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그 집착은 영남을 벼랑 끝에 내몰았고 소녀는 영남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한다. 제67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영화 「도희야」이다.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학대를 둘러싼 이들의 태도이다. 학대를 지켜보는 마을사람들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그저 고개를 돌릴 뿐이다. 학대를 일삼는 계부는 '잘못'이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폭력을 저지른다. 그들 사이에서 도희는 괴물이 되어간다. 상처로 짓이겨진 도희는 비정상적인 사고를 한다. 유일한 안식처였던 영남이 조금이라도 멀어지려 하면 스스로를 학대하고 잘못했다 빌며 소리를 지르고 악을 쓴다. 무섭게까지 느껴지는 도희의 모습은 학대의 상흔이 한 인간에게 어떻게 남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도희야」스틸컷 ㅣ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최근 아동학대 문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인천 11세 여아 학대사건’을 계기로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가 시행되었다. 학교의 장기결석 아동 명단을 기반으로 해당 가정을 방문해 아동의 상황을 점검해보는 것이다. 원래는 올해 1월까지 조사를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잇따라 발굴되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로 인해 전수조사 대상자를 중학생, 미취학 아동으로까지 확대해서 조사기간이 늘어났다.

 

 

2012년 숨진 아들의 시신을 토막 내어 3년이 넘는 시간동안 냉동 보관한 ‘부천 초등생 학대사건’, 학대로 숨지게 한 후 야산에 암매장 해 많은 이들을 경악케 만든 ‘평택 원영이 사건’ 등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을 통해 많은 아동학대 사건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사건들은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였다. 대부분이 사망했거나, 사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학대에 오랜 기간 노출돼 있는 상태였다. 수면위에 떠오른 많은 사건들은 이제껏 아동학대 문제가 얼마나 가볍게 여겨졌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사진출처 : NEWSC NEWS

 

 

어떻게 이 비인륜적인 사건들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지금껏 밝혀지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우리가 애써 기울이지 않았던 관심 때문이다. 여러 핑계를 대가며 고개 돌렸을 무관심이 우리를 이토록 냉담한 현실 앞에 데려다주었다.

 

 

영화 「도희야」는 이런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괴물이 되어버린 도희에게 손 내밀며 막을 내린다. 상처받은 이를 안아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온몸으로 말했으면서도 이런 말로 마무리 한다. “도희야 같이 갈래?”

 

영화「도희야」스틸컷 ㅣ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어느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모른 척한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어느 누군가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애써서 품어야할 과제이다. 우리 사회가 이제껏 외면해버린 무수한 도희들에게 이제는 손 내밀 수 있게 되길 빌어본다.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신문학회 SCOOP

 

황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