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log/사회

국적없는 아이들, 미등록 이주아동

국적없는 아이들, 미등록 이주아동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이들이 있다. 바로 불법체류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다. 한국에서는 부모가 모두 외국인이면 그들의 아이는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 이 경우에는 자국 대사관에 출생신고를 하게 돼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추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의 국적 취득을 포기한다. 많은 이주아동들이 태어나자마자 체류자격 없는 미등록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공식적으로 6000명이 넘는다.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이 아이들은 생활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각종 복지 서비스는 물론 병원 진료도 받을 수 없다. 아이들에게 허용된 건 초·중·고 입학과 예방접종뿐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교통카드 발급, 휴대폰 가입, 인터넷 등록, 은행 계좌 개설도 할 수 없다. 게다가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쉽고, 학교를 다닌다 해도 학적을 증명하기 어렵다.

 

한국은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했다. 협약에는 ‘아동은 출생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취득권을 가진다’고 규정돼있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 법 어디에도 미등록 이주아동의 기본권 보장은 명시돼있지 않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출생등록을 권고했다. 또한 국내에서도 이들의 보호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자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들려왔다. 하지만, 의회에서는 미등록 이주아동을 위해 마련된 법안을 폐기하거나 ‘불법체류자를 합법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 제정을 회피하는 등, 개선될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의 권리보호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최소한 국제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아동권리는 지켜져야 한다. 우선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을 의무화 하는 것이 시급하다. 출생등록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주아동의 교육·건강권 보장이 가능한 관련법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미등록 이주아동 문제에 방관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일 때다.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