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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정치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문입니까 담화문입니까?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출처 :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34일째,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을 향해 ‘사과다운 사과’를 처음으로 직접 했다. 대국민 담화 도중 눈물까지 흘렸다. "참사의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발표했다. 이 정도면 최고 지도자로서 진정성이 있는 사과로 볼 수 있다.

 

눈물은 치유를 뜻하기도 한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듯 누군가 함께 울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을 얻는다. 이를 우리는 '공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은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사고 대책이다. 대책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면, 사과의 진정성도 덩달아 의심받기 마련이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밝힌 대책으로 가장 주목받는 것은 '해경 해체'다. 그리고 안전행정부 해체, 해양수산부 해체 등 정부조직개편이 대책의 핵심이다. 해경과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의 안전 관련 기능을 모두 국가안전처라는 기관으로 옮기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실종사 수색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해경 해체를 언급함으로써 진도 현장의 수색 작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핵심이 되는 국가안전처는 신설 계획이 처음 발표됐을 때부터 청와대의 역할이 불분명해 책임 피하기 논란이 이어져 왔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도 국가적 재난 발생 시 청와대의 역할에 관한 명시적 방안은 빠져있다.

 

형식적으로는 사과의 모양새를 갖췄지만 내용에서는 사과 보다는 정부조직 개편에 방점을 뒀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 취임이후 청와대 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 석상에서 사과입장만 밝히던 것과는 달리 처음으로 국민 앞에 서서 사과한 것이다. 눈물도 흘렸고 고개도 숙였다. 그렇지만 왜 대통령의 책임인지 원인 분석이 없었고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 언급이 없었다. 질의응답도 없었다. 하고 싶은 말만하고 듣고 싶은 말은 피한 것이다.

 

서울대 교수들은 "대통령이 뒤늦게 책임을 인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해경해체만으로 모든 책임을 면하려는 태도는 스스로의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확실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소재를 밝히고, 그에 상응한 방침을 즉각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바로 다음날 차관회의에서 다음 달 초까지 정부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는 건 전형적인 성장시대 군사작전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월호 탑승객 476명 가운데 287명이 유명을 달리했고, 17명이 생사를 알 길 없다. 서두르고 대충 적당히 눈감아 주는 관행이 세월호 참사를 불러왔는데 사고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기도 전에 대책부터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조급증이나 성급함이 고도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결국은 세월호 참사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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