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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문화

'예스터데이' 폐지 : 음악방송 잔혹사

 

 ▲ MBC 음악여행 예스터데이

 

   아이돌 없는 음악 프로그램은 살아남기 힘든 것일까.

 

 올해 1월부터 방영된 MBC 심야 음악프로그램 '음악여행 예스터데이'(이하 '예스터데이')가 불과 4개월도 못 채우고 지난 3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예스터데이'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대중의 사랑을 받은 가요를 라이브로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MC를 맡은 배우 김현주의 소개 멘트에 맞춰 실력있는 가수들이 한 무대에 올라 자신의 히트곡을 부르거나, 추억의 가요를 재구성하며 풍성한 음악 선물을 했다. 원곡 가수들뿐 아니라 후배 가수들도 참여해 관중들과 함께 과거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프로그램은 점차 입소문을 타고 매회 1,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지난 3월에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프로그램 몰입도(PEI) 조사에서 139.0을 기록해 1위인 '무한도전'(139.2)에 이어 2위에 오르며 프로그램의 저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비록 1~2%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이는 현재 방영 중인 음악프로그램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2%대 시청률과 비교했을 때 유독 낮은 수치는 아니다.

 

프로그램 방영 시간이 심야시간대임을 고려할 때도 안정적인 시청률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MBC 측은 제작비와 효율성의 이유로 결국 폐지를 결정했다. 많은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이 이와 비슷한 이유로 폐지됐다.

 

현재 지상파 방송에는 '스페이스 공감', '가요무대', '콘서트 7080',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제외하고는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사실 MBC는 그동안 정통 음악 프로그램이 존재해야 한다는 내외부 목소리에 '음악여행 라라라', '아름다운 콘서트'많은 음악 프로그램을 신설했다가 폐지하는 일을 반복했다.  SBS도 2011년 폐지된 '김정은의 초콜릿' 이후 1년여 만에 '정재형·이효리의 유앤아이'를 선보였으나 8개월 만에 막을 내려 아쉬움을 남겼다.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자정을 넘긴 늦은 시간에 방송됐지만 흔히 볼 수 없는 수준 높은 음악 무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 현재 지상파에서 방송되고 있는 '스페이스공감'과 '유희열의 스케치북'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은 '예스터데이'와 마찬가지로 광고가 팔리지 않는데다가 제작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대표적인 음악 프로그램인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KBS 뮤직뱅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음악 프로그램이 젊은층만을 위한 인기 가수 위주의 무대를 만든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방송사는 중장년층을 위한 음악 무대에 대한 필요성은 절감하면서도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신설과 폐지를 반복하고 있다.

 

 

               

▲ 화려한 인기 가수 위주의 음악방송들

 

이에 대해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방송사들이 프로그램을 수시로 폐지하려는 분위기, 즉 프로그램의 단명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프로그램이 반응이 조금만 안 좋다고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끌어갈 생각을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음악시장이 아이돌 위주로 돌아가면서 한국 대중음악 획일화가 오고 있다. 이러다가는 우리나라 대중음악 시장이 완전히 침체될 수 있다. 방송국이 참을성을 가지고 다양한 음악, 다양한 가수들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명품 음악방송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방송국이 참을성을 갖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방송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이기전에 공익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준공공기업이다. 그래서 방송기관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므로 방송사들이 우리나라의 다양한 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창구를 유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익이 안되면 곧바로 버리는 방송사의 성과주의적 태도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한국 음악 방송은 지금처럼 획일적일 수 밖에 없다. K-POP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시대라지만, 정작 한국에서 가수가 진심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는 몇 없다. 질 높은 라이브를 들려 줄 수 있는 음악 방송이 몇이나 되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예스터데이' 폐지는 무대의 다양성이 요구되는 현재 가요계에서는 아쉬운 소식일 수 밖에 없다.

 

(사진출처 : 네이버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