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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문화

<알베르 카뮈, 그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

<최초의 인간-알베르 카뮈, 김화영 엮음, 2009, 열린책들, 9800원>

-사진출처 <네이버 책>-

 

 

1960년 겨울, 여행을 마치고 파리로 향하던 차 한 대가 사고에 인해 크게 박살 난다. 같이 차에 타고 있던 2명이 모두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그중에 한 명이었던 사람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철학자, 문학가로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알베르 카뮈였다. 사고 당시 그의 가방에는 집필 중이던 작품 원고가 들어있었다. 이 원고는 34년 만에 미완성된 소설로 출간하게 되는데 필자가 바로 소개하려는 책이자 알베르 카뮈의 유작인 <최초의 인간>이다.

  

   한 번쯤은 누구나 알베르 카뮈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 그의 작품 중 하나인 <이방인>을 읽고 나는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무료한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 뫼르소가 살인을 일으킨 죄로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 속에서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내용이다. 이 작품을 읽다 보면 극적인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인물도 없으며 분위기는 항상 침울하고 어둡다. 작가가 그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부조리한 세상과 끊임없이 직면하면서 싸워나가는 소시민적 성격이 강하다.

  

   <최초의 인간><이방인>이 전달해주는 메시지와 다를 바 없다. 이 책은 카뮈의 자전적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주인공 자크 코르므리의 탄생을 시작으로 40대가 된 주인공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삶에 대한 성찰이자 깨달음을 얻는 내용이다. 책에서 집중적으로 봐야 할 것은 자크의 삶의 과정이다. 1차 세계대전에서 아버지를 잃고 어려운 생활 속에서 지내야 했던 주인공의 가족들은 그 속에서도 끝까지 살기 위해 노력한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자크는 자신의 운명적인 스승을 만나게 되면서 삶이 변화한다. 책을 통해서 세상을 알아가고 더욱 성장하지만 가난한 현실 때문에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자크는 이런 틀에 박힌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가능성을 찾고 싶어 하고 더는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주인공의 생각을 통해서 읽을 수 있는 건 돈의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인 여유를 추구하고 싶어 했다는 자크의 의지일 것이다.

  

   <이방인>이 주인공의 죽음이라는 과정에서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허무하지만 살아 나가야 하는 의지를 일깨웠다면 <최초의 인간>은 아버지 상실의 아픔을 간직한 채 새로운 삶을 위해 맞서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고 말할 수 있다. 죽음과 상실 속에서 지낸다는 것은 누구한테나 견디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방인>의 무료한 일상, <최초의 인간>의 상실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산다는 것의 중요성이다. 카뮈는 이 세상이 부조리 하다고 말했다. 그런 삶속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현실과 마주하고 극복하면서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것이 곧 실존인 것이다. 또한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역사도 전통도 재산도 물려받은 것 없는 모든 가난한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산다는 것을 통해 소멸하지 않고 다시 태어나는 것, 최초의 인간이다.

 

                 김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