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트레이드가 필요하다
6월 3일, 한화와 SK 간의 트레이드가 있었다. 한화는 SK의 베테랑 포수 조인성을 받고, 11시즌 골든글러브 유격수 이대수와 외야수 김강석을 내줬다. 현재의 상황에서 보면, 누가 봐도 한화의 윈이다. 골든글러브 수상자 출신인 이대수와 입대 전 퓨쳐스리그에서 꽤나 가능성을 보여줬던 김강석을 잃었지만 냉정히 말해 그들은 올시즌 전력외에 가까웠다. 그것이 부상에 의한 것이든, 기량에 의한 것이든 말이다.
물론 혹자는 FA 1년차의 유격수와 아직 만 20대의 외야수를 묶어서, 40줄의 포수를 데리고 온 것은 이득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화가 신경현 은퇴 이후(엄밀히 말하면 신경현이 있었을 때에도 ), 2번 포지션 때문에 겪었던 갖은 고초(예를 들면 극악의 팀 도루저지율)를 감안해 본다면 이번 트레이드가 윈이라 말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한화가 몇 해 간 하위권에 머물렀고, 리빌딩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후계자를 길러낼 시간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조인성의 영입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이번 트레이드를 보고, 많은 꼴빠들은 또 한 번 고민을 하게 된다. 사실 고민이랄 것도 없다. 자이언츠의 1루와 지명타자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세 명 중 한 명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이다. 롯데의 프런트는 한화의 프런트가 보여준 결단을 배워야 한다. 한화가 SK로 보낸 두 명의 선수가 사실상 이번 시즌 전력외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그들의 판단에는 용기가 있었다. FA 영입과, 몇몇 제대 선수들의 복귀로 인해 엔트리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화는 전체적으로 선수가 부족해 선수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롯데가 최준석을 선택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오히려 상당히 잘한 선택에 가까웠다. 작년 롯데는 이대호와 홍성흔, 그리고 김주찬의 이탈 후 2008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이후 타선 재정비를 위해 최준석을 영입했다. 그에게 매겨진 몸값은 꽤나 거품이 껴 있었지만 포스트시즌에 보여줬던 활약과 그가 과거 롯데선수였다는 점 때문에 팬들의 반응도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안타깝게도 상황이 바뀌었다. 롯데와 최준석은 서로를 필요로 했지만 지금도 그러한지는 한 번 더 생각을 해봐야 한다. 극심한 타고투저의 시즌임을 감안해도 롯데의 불펜진은 그중에서도 쇠약하다. 간간히 불을 지르는 경우가 있더라도, 타팀들은 거의 고정된 마무리 투수를 갖추고 있다. 롯데는 예외적으로 집단마무리체제를 이어오다가 최근에야 김승회를 마무리로 낙점했다. 사실 김승회가 마무리 역할을 맡는다는 것은 경기의 중간을 버텨줄 투수진은 더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최준석은 결코 나쁜 선수가 아니다. 극심하게 제한된 기회 속에서도 5홈런에 19타점을 기록중이다. 또한 선발로 나오지 못하고 있음에도 볼넷과 삼진의 갯수가 거의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시즌이 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이란 것을 감안하면, 그에게도 이번 시즌은 커리어 하이를 기록할 수 있는 기회다. 롯데 또한 기복은 있지만 강한 타선이 있고, 1~3선발까지는 여느팀과 비교해도 결코 약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4강에 간다면 해볼만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불펜만 조금 더 강화된다면 분명 더 도약할 수 있다. 최준석에게는 출장의 기회가 필요하고, 롯데에게는 불펜투수가 필요하다.
물론 리그 사정상 최준석을 트레이드할 팀이 적은 건 사실이다. 1루를 주로 보는 외국인타자들 때문에 1루가 빈 팀이 적고, 극심한 타고투저 시즌이기 때문에 불펜투수를 내줄만한 사정의 팀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도 최준석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아주 없지는 않다. 기아와 SK, LG의 팀 상황이라면 그가 어떻게든 타선의 한 축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현재 롯데의 사정에서 최준석을 엔트리에 지니고 있는 것은 결코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삼성 시절, 백업으로 있기엔 너무나 안타깝던 현재윤이 진갑용의 그늘에 있었던 것은 선수의 희생이 조금은 따랐지만 팀에는 엄청난 이익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롯데의 상황은 다르다. 구단은 최준석을 출장시킬 여건이 되지 않고, 최준석은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는 시기에 놓여있다.
롯데의 1루수 중 단 한 명도 다른 포지션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 한다. 이것은 절대로 이 셋은 공존할 수 없다는 뜻이고, 최준석의 트레이드가 더 이상 지체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 전반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트레이드는 7월 말일까지다. 이제 롯데의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는 다양한 작업들을 시도해야 할 때다. 리그 환경의 여파로 1대1 트레이드가 도저히 여의치 않다면 다수 대 다수 트레이드 혹은 포수를 추가한 트레이드 등 여러 안을 내놓아 트레이드를 성사시켜야만 한다. 어떤 형태로든 엔트리가 조정되지 않는다면 이번 시즌에도 롯데에게 가을은 없다.
성동욱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S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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