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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스포츠

BJ펜 끝내 실패한 도전


 


BJ 펜 끝내 실패한 도전

 

BJ펜이 은퇴했다. 2010년 자신에게 두 번의 패배를 안겼던 프랭키 에드가의 벽을 결국 넘지 못했다. 선수생활의 마지막 3경기를 압도적인 기량차로 패했기에 그의 퇴장에는 팬들도 이견이 없어 보인다. BJ펜이 만 14년 간 쌓은 전적은 16승 10패. 전적만을 놓고 보면 그리 훌륭한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BJ펜은 결코 전적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파이터다. 16승 10패의 커리어를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얼마나 위대한 파이터였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패배에 대한 기록을 소개할 수는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단 한 번도 정상권에서 멀어진 선수에게 진적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그에게 패배를 안겼던 로리 맥도날드, 닉 디아즈, 프랭키 에드가부터 첫 패배를 안겼던 젠스 펄버까지 모두 당대의 타이틀 홀더이거나, 혹은 그에 근접한 이들이었다. 

 

BJ펜의 격투인생은 그야말로 영욕의 과정이었다. 그는 보통 사람은 10년 가까이 걸린다는 주짓수 블랙벨트를 단 3년 만에 땄다. 또한 2001년, UFC에 데뷔해 라이트급과 웰터급의 타이틀을 한 번씩 허리에 찼다. 두 체급 석권은 아직도 UFC에서 단 한 번밖에 나오지 않은, 현재로서는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큰 업적을 쌓았는지 설명된다. 

 

하지만 큰 업적 만큼이나 치욕스러운 순간이 있었다. 새로운 세대에게 밀려난 마지막 세 번의 경기도 그렇겠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커리어에서 아쉬워했을 대목은 프랭키 에드가, 그리고 조르쥬 생피에르와의 경쟁일 것이다. 생피에르와 에드가는 BJ펜이 기록한 10번의 패배에 5할의 지분을 갖고 있다. 생피에르는 두 번, 에드가는 세 번 그를 제압했다.

 

에드가는 2010년 BJ펜이 갖고 있던 라이트급을 빼앗고, 곧바로 다시 가진 재경기에서도 압도적인 승리를 기록했다. 또한 그의 커리어마저 끝내버렸다. 세 번의 승부 모두 원사이드하게 에드가가 가져간 경기라 BJ펜이 그와 경쟁했다고 표현하는 것조차 무리인 것처럼 느껴진다. 에드가 이전까지 BJ펜에게 패배는 있었을지 몰라도, 경쟁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하게 만든 파이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에드가는 BJ펜이 상대했던 가장 작은 상대 중 하나였지만 결국엔 가장 큰 벽이 됐다.

 

생피에르와 BJ펜의 인연은 2006년 가진 경기부터 시작됐다. 2대1 판정으로 생피에르가 경기를 가져갔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펜의 우세로 점치는 이들이 많았던, 사실상 무승부에 가까운 결과였다. BJ펜이 이후 가진 맷 휴즈와의 웰터급 경기에서 패해 라이트급으로 돌아가 둘의 경쟁은 2년 넘게 중단됐다. 하지만 BJ펜은 라이트급으로 돌아가 모든 선수들을 정리하고 벨트를 탈환한 뒤 웰터급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웰터급 타이틀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라이트급 챔피언 자격을 유지한 채 두 체급을 석권하려했던 것이다. BJ펜은 2009년, 웰터급 챔피언이던 생피에르에게 도전한다. 하지만 경기는 생피에르가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그 과정에서 생피에르가 몸에 바셀린을 과도하게 바른 것이 인정돼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승부를 갈랐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BJ펜은 결국 자신의 격투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승부처에서 번번히 무너졌다. 그 결과를 토대로 그를 과대평가된 파이터라 말하는 이들도 있다보는 관점에 따라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견해다. 다만 그 사실은 BJ펜이 얼마나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는지에 대한 증명이기도 하다. 파이터에게 그 이상의 덕목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압도적인 전적을 기록한 파이터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의 이름은 이 스포츠의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될 것이다.

 

BJ펜은 끝내 실패했지만 끝까지 도전했다.


성동욱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SCO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