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님, 후반기에도
입장엔 변함이 없으십니까.
올 시즌 롯데에는 세 명의 1루수가 있다. 박종윤, 최준석, 그리고 히메네스다. 억지로 우겨 넣지 않는 이상 이들이 맡을 수 있는 보직은 1루수와 지명타자다. 보직은 둘, 인원 셋. 롯데가 가진 딜레마의 출발이다.
시작부터가 이상했다. 김시진 감독은 구단에 외국인선수를 요청하며 보직은 관계없이 후보군 중 가장 나은 선수를 뽑아달라고 했다. 그 결과가 히메네스다. 물론 히메네스는 공백을 감안해도 꽤 좋은 용병이다. 문제는 김시진 감독이 일을 처리했던 과정이다. 히메네스라는 매력적인 용병을 만난 결과는 별개이고, 전력구상에 있어서 포지션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것은 다소 순진한 생각이라 여겨진다. 팀 스포츠의 어떤 종목에서든, 빈 포지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존재하는 포지션의 전력을 강화하지는 않는다. 그런 경우는 오직 로테이션이 가능한 막강한 스쿼드를 자랑하는 경우나, 스쿼드가 극단적으로 얇아 로테이션을 하는 팀에나 있을 법하다.
결과도 현재까지는 좋지 못하다. 승부수를 띄우듯 세 선수를 같이 기용했지만 그들이 같이 나온 경기들에서 거둔 승수가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고, 히메네스 없이 이어온 지난 몇 주간도 승률에 큰 변동이 없었다. 히메네스의 부상으로 인해 세 명의 시너지가 있는지, 없는지 분석할만한 표본이 매우 적어 평가 하기는 이르다. 그래도 130kg의 거구 두 명이 모두 시즌을 거뜬히 완주해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 무리하다는 걸 감안하면 이 또한 전력구상에서 생각했어야 할 문제다.
최준석과 히메네스를 같이 기용하게 되면, 분명 타선에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급부도 만만치는 않다. 리그 최고의 1루 수비수인 박종윤이 좌익수로 이동하게 된다. 그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박종윤이 특유의 수비감각으로 최소한의 좌익수 수비를 해주고 있지만, 말 그대로 최소한이다. 그가 직접 실책을 기록한 바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실책을 유발시킨 상황은 상당하다. 전준우와 박종윤 사이의 타구, 내야와 외야가 만나는 지점의 타구에서 빈번해진 실책이 그것을 증명한다.
박종윤이 좌익수로 이동하게 되면 롯데는 리그 최고의 1루수를 있던 자리에 평균 이하의 수비수를 둬야하고, 리그 평균이상의 수비를 하던 좌익수 자리에 초심자 좌익수를 둬야한다. 롯데가 좌익수의 부담을 덜어줄 정도로 외야 수비가 좋은 선수를 데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전준우는 분명 훌륭한 중견수 축에 속한다. 그러나 옆의 야수를 케어할 정도의 중견수 수비를 한다고는 볼 수 없다. 박종윤이 좌익수에 서 있는 롯데의 수비진은 그라운드 중앙에서 좌측까지 큰 문제를 야기 시킬 것이다. 김시진이 지금처럼 1루수 세 명을 모두 기용하는 운영을 한다면 롯데의 수비력은 꼴찌에 준한다.
이외에도 1루수 세 명을 함께 기용하면서 오는 단점은 많다. 주루의 불편함이, 장성우의 기회가 제한되는 점이 그 예다. 여러모로 트레이드를 통한 조정이 필요한 시기다. 사실상 좋은 활약을 보이는 불펜투수를 구할 수 있는 리그환경이 아니다. 그렇다 해도 김시진 감독이 현대의 투수코치와 넥센 감독으로 지낼 때 보여줬던 선수를 보는 눈은 상당한 것이었다. 역대 최고의 투수왕국을 꾸린 것도, 박병호를 한낱 유망주에서 리그 최고의 타자로 만들어낸 것도 그를 중심으로 벌어진 일이다. 그라면 이 환경에서도 팀에 도움이 될 불펜 투수를 영입할 수 있을 것이다.
강점의 극대화가 좋을 것인지, 약점을 조정해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좋을 것인지는 결과가 나오기 전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방법의 효과가 미미하다면, 이제 다른 방법들을 고려해야 한다. 롯데의 공격력은 타고투저의 지형에서 리그 평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모든 지표에서 중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타격의 사이클은 리그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진다.
투고타저든, 타고투저든 야구계의 정설은 어쨌든 “야구는 투수놀음”이란 것이다. 투수력이 좋은 팀이 강팀이란 이야기는 좀 더 확대해보자면 수비력이 좋은 팀이 강팀이란 말도 될 것 같다. 김시진 감독과 롯데 프런트가 변화 없이 전력의 재정비만으로 후반기를 버텨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성동욱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S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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