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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문화

스튜디오 지브리 해체, 미야자키 하야오의 시대가 저물다

 

 

일본의 언론사 라쿠텐우먼은 지난 19일 '추억의 마니'를 마지막으로 스튜디오 지브리는 공식적으로 해체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한 관계자가 라쿠텐우먼과의 인터뷰에서 "지브리 마지막 작품은 이번에 출시되는 '추억의 마니'가 될것" 이라고 밝혔다.

이미 작년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한 창시자이자 그 핵심이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에 이어 이번에는 아예 스튜디오 자체가 해체를 결정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다만 완벽한 해체는 아니다, 지브리 관계자는 앞으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을 볼수는 없겠지만 회사 차원에서 저작권 관리에만 몰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타공인 일본 최고의 애니매이션 명가인 스튜디오 지브리의 해체는 적지않은 충격으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명을 줬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여러 명작들은 더이상 볼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글쓴이는 뒤늦게나마 미야자키 하야오와 스튜디오 지브리에 관해 소개하려고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의 작품들은 어떤 작품이었는지에 대해 말이다.​

일본 애니매이션의 전성시대를 이끈 미야자키 하야오

 

​(이글의 주인공 미야자키 하야오.)

​1970년대는 일본의 여러 민영방송사들이 대거 애니매이션 사업에 뛰어들었던 시기였다.

일약 '애니매이션 붐'이 불면서 국영방송 NHK와 같은 방송사들은 직접적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몰두했고, 이시점에서 <알프스 소녀 하이디>,<프란다스의 개> 와 같은 작품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제목에서도 알수 있듯이 이 시기의 일본 애니매이션들은 주로 세계명작동화들의 줄거리를 그대로 배낀 시리즈물이 대다수였다.

한 마디로 소설작품들을 그래도 애니매이션화 시킨 작품들만 있었다는 소리다.

닛폰 애니메이션사에 입사해 <프란다스의 개>의 원화를 담당하는등 자신의 경력을 쌓아가던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이 구상한 한 기획안을 NHK사에 전달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NHK사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기확안을 채택하며 제작을 지원했고 곧이어 <2222년 미래소년 코난> 이라는 작품이 정식으로 발표되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시작'을 알린 작품, 미래소년 코난)

그동안의 애니매이션과는 사뭇 다른 유형의 <미래소년 코난>은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었고, 제작자인 미야자키 하야오 또한 성공적인 제작자로서의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미래소년 코난>에 이어 1984년 자신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제작했고 일본에서는 애니매이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극찬을 받게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성공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설립으로 이어진다.

항상 아무런 간섭없이 자신이 원하는 그대로의 애니매이션을 만들기를 원했던 미야자키 하야오는 ​<나우시카>의 상업적인 성공으로 인해 벌어들인 거금으로 자신이 직접 애니매이션 사를 설립하게 된다.

바로 이 애니매이션사가 오늘날의 스튜디오 지브리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스태프들과 함께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한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제 본격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만의 애니매이션'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스튜디오 지브리사의 로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토로로의 모습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진정한 작품들은 이때부터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스튜디오 지브리사의 설립이후 하야오는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여러 명작들을 점차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천공의 성 라퓨타>,<이웃집 토토로>,<붉은 돼지> 등의 작품들은 고작 2년간격으로 계속해서 발표되었고,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양 큰 성공을 거두었다.

실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시대가 온것이다.

하야오의 도전정신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항상 다른 이들보다 한발짝 더 앞서있었다.

1997년 발표된 <원령공주>는 시대극 애니매이션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성함으로서 또 다시 애니매이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순히 시대극 애니매이션이 아닌,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신기술을 도입한 원령공주,

이 작품으로 인해 애니매이션과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새로운 조합이 만들어졌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의 작품들이 발표되면 그것은 새로운 일본 애니매이션의 역사가 됬다.

뒤이어 발표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하울의 움직이는 성>,<벼랑위의 포뇨>은 이러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시대를 완벽하게 정립했다고 표현할수 있겠다.

그렇게 하야오는 '일본의 애니매이션'이라는 틀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실로 많은 감동을 ​자신들의 작품으로 전달했다.

좀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미야자키 하야오야말로 '애니매이션의 현자'인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세계관, 그리고 극우주의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어떻게 본다면 자신의 좋은 평가만큼이나 부정적인 평가 또한 존재해왔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젊은시절 자신이 마르크스주의자 였다고 고백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세계관에 대한 비판은 아이러니 하게도 그가 바로 '극우주의 적인 사상'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쯤에서 그의 작품들에 대한 해석을 돌아보자.

​자신의 첫 작품이자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을 널리 알렸던 <미래소년 코난>에 대해서 말이다.

​"과학의 부작용으로 인해 멸망해버린 인류의 미래를 한명의 용감한 소년과 소녀가 중심이 되어 따뜻한 우정을 통해 극복해 나간다는 <미래소년 코난>의 줄거리는 분명 그동안의 애니매이션과는 달랐다."

어찌보면 전형적인 소년만화의 줄거리라 보일수도 있겠다.

지금와서 보게되면 상당히 유치찬란한(?) 그런 내용이지만 그 당시에 있어서는 혁신 그 자체였으니..

 미야자키 하야오가 지금처럼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중의 하나는

그는 여타 제작자들과는 달리 실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작품들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무슨 소리냐구?​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작이라 평가받는 작품들은 ​실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그 작품들마다 각자의 고유한 주제와 의미가 담겨있다는 말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세계관은 부해라는 오염된 물질로 가득차버린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해가 점점더 확장되어감에 따라 인간들의 세상은 더욱더 좁아지지만 부해의 숲에서 나우시카는 새로운 의미를 깨닫는다.

바로 유독한 물질로 묘사되었던 부해는 사실 해가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정화시스템중 하나였다는 사실이다.

'오무'라는 벌레또한 처음에는 인간에게 적대적인 생물로 취급받지만

나우시카와의 교류를 통해 그러한 이미지에서 탈피한다.

이렇게만 본다면 이 애니매이션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주제로 한 환경화적인(?) 애니​매이션으로 비춰질수도 있겠지만 분명 그것은 아니다.

애니매이션에 등장하는 여러 제국들과 각나라와의 전쟁, 그리고 거신병이라는 고대의 무기의 모습은 마치 극우주의를 연상케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사실 나는 이 작품이 어떻게 해서 극우주의 적인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짧디 짧은 소견으로 약간의 반론을 해보자면 결국엔 패하고 돌아가는 것은 제국의 병사들이었고, 마지막에는 나우시카와 오무의 애틋한(?) 러브라인이 그려지지 않았던가!

오히려 하야오의 다른 작품인 <붉은 돼지>​를 보았을때는 하야오가 반정부주의자가 아닐까란 생각이 절로 떠오르기도 했다.

노골적으로 반 파시스트 주의를 부르짖는 붉은 돼지의 모습은 분명 극우주의 와는 거리가 한참 멀어보였으니 말이다.

​(일본 내에서도 반일본주의가 아니냐라는 비판을 받았던 작품인 붉은 돼지, 반 파시스트 주의와 낭만주의를 부르짖는 붉은색 돼지의 비행이 매우 인상깊었던 작품이다.​

"좋은 사람은 모두 죽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렸을 적 하야오의 큰 아버지는 비행기 회사를 경영했었고 하야오는 비행기에 대해 큰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비행기에 대한 하야오의 관심과 흥미를 가장 잘 나타내어줬던 작품이 아닐지.)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말년으로 가면 갈수록 점점더 자신의 작품들의 색깔을 보수적으로 단일화 시켰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그의 은퇴작품이자 가장 큰 논란을 일으켰던 작품인 <바람이 분다>는 이러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세계관에 대한 비판여론을 모두 한데 모아 터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문제작이다.

이 작품은 예고편 부터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일본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우리는 여기서 한가지 이상한점을 발견할수가 있다.

일본에서 전쟁이 일어났다고? 아니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것이겠지!

마치 일본이 전범국가가 아니라 오히려 피해국가인 것마냥 넌지시 표현한 이 작품은 국내에서의 거친 비난뿐만아니라 일본에서 조차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이 애니매이션은 뭔가가 이상하다.

표지만 봤다면 단순히 순수한 전투기의 설계자였던 주인공의 이야기겠지만

그속에서 등장하는 대지진과 전쟁, 그리고 그 전투기를 생산했던 주인공에 대한 옹호는 결코 쉽게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 아니라고 말할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작품에 대해 "나에게는 회색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던 시대를, 당시 청년이었던 아버지는 '좋은 시절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살다보면 전혀 무해한 인간으로 살기란 불가능한 일이다.그렇게 때문에 무기를 만들었다고 해서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는것도 어찌보면 이상하다.​

자동차는 사람을 해치기도, 살리기도 한다.그런면에서 보자면 기술자는 기본적으로 중립적이다." 라는 인터뷰를 남겼다.

그동안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과는 어찌보면 상당히 많이 동떨어진 작품이었고

그만큼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기도 하다.

그동안 주로 우정과 낭만이 주가 되었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과는 달리

이 <바람이 분다>라는 작품에선 상당히 잦은 키스신과 흡연장면이 등장한다.

주 대상연령층 또한 어린이나 여성들이 아닌, 나이든 남성들이 대다수였으니 말이다.​

<중국에게 한 전쟁을 잊어요.만주국 건설을 잊어요.국제연맹 탈퇴를 잊어요.세계를 적으로 돌린것도 잊어요.일본은 그래서 파멸합니다.그리고 독일도 파멸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이대사가 뜻하는 바는 어찌보면 상당한 모순점이다.

​바로 앞에서 언급했던 <붉은 돼지>와는 달리 이 <바람이 분다>는 상당히 직접적으로 전쟁에 대한 언급들이 스며들어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바람이 분다>는 한국과 여러 국가들사이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노골적으로 국우주의를 표방했다'라는 평가와

일본 내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지나치게 반일본주의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참 재밌는 일이 아닐까?

국내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마치 전범국가 일제를 찬양하는 극우주의사상가로 묘사되고 있지만

정작 일본내에서는 반일본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하야오가 노망이 난 것일까?

난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과연 미야자키 하야오는 극우주의적인 인물일까?

그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평가로 밖에 말할수 없을것 같다.

이 <바람이 분다>가 그의 작품세계관과 사상을 대표하는 작품이라 보기도 어렵지만

그의 사상이 들어가지 않은 작품이라 보기도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가 극우주의적인 인물이 아닐거라 생각한다.

그저 개인적인 평가일 뿐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점은

이제 미야자키 하야오는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해체와 함께 미야자키 하야오의 시대 또한 저물고 말았다.

여전히 그의 작품들은 시간이 지나도 회상될 테고 평가받겠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을 정말 좋아했던 나로서는

그래도 ​앞으로 그의 작품들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