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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문화

2인2색 영화리뷰 <군도: 민란의 시대>



  • 작품명: 군도 : 민란의 시대
  • 감독윤종빈
  • 개봉일: 2014-07-23
  • 출연: 하정우, 강동원, 조진웅, 마동석 
  • 상영시간: 137분




  볼 만 해요


강동원은 멋있었다

개봉 전부터 하정우와 강동원의 만남으로 많은 기대를 모은 영화 군도. '하정우를 보러 갔지만 강동원이 멋있었던' 영화였다. 조연도 호화 배우들의 연기가 장면마다 잘 녹아들어 있다. 무협 + 서부 영화의 느낌과 하정우의 맛깔나는 연기는 관객이 원하는 것을 잘 집어내어 표현했다. 화려하고 보기 좋게 만든 음식을 본 느낌이랄까?  


하지만 화려하다고 해서 꼭 맛있으란 법은 없는 것처럼 영화도 중반 이후부터는 주제가 흐트러진다. 힘없는 백성의 모습들을 보여주기보다는 서자 출신인 강동원을 더 크게 부각시켰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백성들의 슬픔은 얕아져가고 강동원의 어두운 과거만 보여줘서 "이 녀석도 원래는 불쌍한 놈이었어"를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  극중 하정우의 배역인 '도치'도 백성을 구제한다는 목적보다는 복수를 향해 들고 일어난 캐릭터라 민란의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강동원이다. 내가 계속 강동원 애기만 하는것같은데 진짜 보면 강동원밖에 없다. 하정우는 주인공이란 느낌보단 강동원의 대칭 선상에 있는 구조로 밖에 보이지 않았고 민란의 설정 자체도 강동원을 위한 것이었다. 그 둘을 보면 감독이 내세운 '조선 활극'은 반은 성공했다고 할수있다.   여담으로 영화 초반부에 하정우의 뒤태가 나오는데 그거 대역이다. 감탄 하지 말길 바란다.또 하정우의 극 중 나이가 18세로 나오는데 꽤나 웃을수 있으니 참고바란다.


주제의식 갈수록 흐려지지만 강동원 캐릭터 빛나

악역은 지독하게 악역이어야 하는데 이 영화 속 강동원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강동원이 검을 휘두를때마다 꽃잎이 흩날리고 마치 화보를 찍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그리고 강동원은 뒤에도 눈이 있는듯. 안보고 칼을 찌르는데 보고있는 사람은 칼 다맞음.

요약하자면, 군도는 분명 재밌는 영화긴 하지만 극 중에서 주제 의식을 부각시킨 느낌은 그리 들지 않는다. 딱 별 생각 없이 보러 가면 재밌게 볼 수 있다. 강동원은 남자가 봐도 반할 정도로 아름답게 나왔다.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한 마리의 나비처럼 예쁘다. 평점을 매긴다면 10점만점에 6점 정도? 강동원이 먹이고 살린 영화다. 

김덕우                                                   





  안 봐도 돼요


과욕이 부른 소화불량

성공적인 오락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선 많은 설정과 장치들이 필요하다. 티켓 파워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스타 배우, 맛깔나는 조연 배우진, 극적인 시나리오, 설득력있는 연출까지 여러 요소가 성공적으로 어우러질 때 비로소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군도: 민란의 시대>는 시대극을 표방한 퓨전 웨스턴 장르 설정과 그에 걸맞은 캐스팅으로 구색은 잘 맞췄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시나리오와 감독의 역량 부족으로 영화로선 거의 무의미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기획 노트만 보면 매우 흥미롭다. '로빈 훗'식 의적들의 체제 전복 코드, '스파게티 웨스턴'과 이를 비튼 타란티노 식 서부 활극 스타일, 장르의 퓨전을 이끌어 낼 조선 후기 민란 시대라는 설정과 가지각색의 캐스팅까지 보는 이가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온갖 요소를 다 끌어다 온 느낌이다. 결론적으로 영화 속에선 장르에 대한 경험과 구현 능력이 부족한 감독을 만나 적절한 구사에 실패했다. 이것 저것 끌어온 재료들로 풍성함을 노렸으나 각각의 맛을 반도 못 살리고 잡탕이 돼 버린 느낌이다.




캐스팅 못 살린 평면적인 캐릭터와 진부한 사건 전개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었던 의적단 멤버 하나하나는 좋은 개성을 지닌 배우들을 캐스팅하고도 캐릭터를 살리는 데 실패한 반면 강동원 분의 악역 조윤 캐릭터는 필요이상으로 극 중 비중이 너무 컸다. 한줄의 설정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평면적인 모습으로 의적단 캐릭터들이 매몰되어갈 때, 똑같이 진부하디 진부한 설정의 조윤은 극의 주제를 뒤흔들만큼  커다란 비중으로 그의 사연을 어필한다.(심지어 그를 비추는 카메라도 3/4 높이에서 슬픈 눈망울을 클로즈업 하는 똑같은 구도로 일관해 지겹게 느껴진다.)


온갖 진부한 클리셰들과 여기저기서 어설프게 가져온 레퍼런스로 가득한 영화에서 시나리오마저 한치의 예측도 벗어나지 않고 전개된다. 무협적 요소와 웨스턴식 소품을 버무린 액션 장면들은 따로 떼어내 보면 그 자체로 훌륭한 씬들이 꽤 있지만 영화 속에선 뻔한 내러티브 전개 때문에 단순한 칼싸움 이상의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는 무가치한 것으로 전락한다. 관객들이 긴장감을 가지고 손에 땀을 쥐고 몰입하는 액션이 아니라 등을 시트에 기댄 채 "여기서 다시 칼싸움이군, 이번엔 1대 30이네. 악역이 다 베겠지"하고 관망하며 보게 되는 식이다.    



장르적 쾌감 살리기엔 감독의 역량이 역부족

전체적인 연출 역시 매우 촌스럽다.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참신한 연출은 기대할 수도 없고 있는 설정마저 연출력의 부족으로 제대로 표현해내기 버겁다. 그 백미는 촌티나는 내레이션으로 극의 전개를 관객에게 '직접 전달'해주는 부분이다. 쓸 데 없이 장황하게 긴 내레이션이 장면 연출을 대신함으로써 수준 낮은 선택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장면도 '웃기기 위한 설정'이 너무 뻔해 웃기지 않는다.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고 어딘지 모를 황야를 말을 타고 함께 질주하는 '석양의 의적들' 엔딩 씬은 오히려 실소를 자아낸다. 영화 자체가 온갖 설정 그 이상으로 하나도 나아가지 못한 결과물이 되고 말았다.


감독 윤종빈은 '용서받지 못한 자'로 데뷔한 이래 현대 사회의 풍경과 비틀린 인간 군상을 세밀하게 캐치해 표현해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작품으로 자신이 상상력과 코드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한 장르영화 연출에는 함량미달이라는 사실을 역으로 증명해보이고 말았다.

김승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