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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스포츠

박흥식 코치님 박수 치지 마십시오.

 

박흥식 코치님 박수 치지 마십시오.

 

730일 열린 롯데와 두산의 경기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5회말 롯데의 공격에서 하준호, 정훈, 전준우가 희생번트를 연이어 실패했으나 모두 출루한 것이다. 희생번트를 세 타자가 연속으로 실패하는 것도 한 시즌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사건인데 이들 모두가 결과적으로 출루에 성공하며 많은 야구팬들과 관계자들이 신기해했다. 심지어는 30년 넘게 프로야구 판에서 활동한 김시진 감독조차 인터뷰에서 처음 보는 광경이라 말했을 정도다.

 

이 희귀한 사건은 롯데팬의 입장에서는 결코 유쾌하지 않다. 특히 중계 화면에 잡힌 박흥식 타격코치의 반응은 불쾌하기까지 했다. 번트를 실패한 타자들이 다시 출루하자 안도하듯이 박수를 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힌 것이다. 사실 팬들이나 덕아웃의 다른 구성원들이야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그리고 억세게 운이 좋은 현상을 너털웃음 지으며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한 팀의 타격을 총괄하는 타격코치라는 직함을 단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타자가 누상에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작전이 바로 희생번트다. 번트가 비교적 적게 활용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승부처에서는 빈번히 희생번트가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웃 카운트 세 개를 활용해 점수를 내야하는 스포츠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내주며 주자를 진루 시킨다는 것은 꽤나 큰 비용을 들이는 일이다. 하지만 희생번트는 확률이 매우 높은 작전이기에 필요한 상황에서는 큰 비용을 기꺼이 감수한다.

 

그렇게 비용이 많이 들고, 동시에 확률이 높은 작전을 세 타자가 연속으로 그것도 작전에 첨병이 되어야할 테이블세터진이 실패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이 상황에서 가장 큰 모욕감이 느껴져야 할 사람은 바로 박흥식 코치다. 그럼에도 그는 타자들이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자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물론 덕아웃의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경기 후에 후속조치도 있었겠지만 그의 긍정적인 제스쳐가 결코 팀의 긍정적인 미래로 읽히지는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현재 롯데 자이언츠란 팀이 가진 아이덴티티가 그의 행동과 오버랩 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결과에만 의존하고, 과정을 소중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29일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김시진 감독이 경기 중반의 승부처에서 뜬금없이 2군에서 갓 올라온 강승현을 마운드에 올려보낸 것이다. 결국 이 판단은 악수가 됐고, 대량 실점으로 이어져 비교적 이른 시점에 경기를 상대에게 내줘야 했다. 경기 후 각종 포털에는 김시진 감독이 강승현을 기용한 것을 두고 경기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김시진 감독이 아무리 누상에 주자가 있다 해도 1점차의 승부에서 경기를 포기하기 위해 그를 올리진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가 훌륭한 투수 출신이며, 또한 훌륭한 투수코치였기에 어느 정도 직관을 가지고 투수를 기용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시진 감독은 경기를 포기한 것도 아니고, 강승현을 기용한 것 또한 아주 작은 실패에 불과하다.

 

오히려 아주 큰 실패는 경기 뒤 김시진 감독이 한 행동에 있는 것 같다. 경기의 승부처에서 과감히 기용해볼 생각이 들었을 만큼 가능성이 보인 투수였다면 조금 더 기회를 줄 수 있었다(롯데의 현재 불펜 상황을 감안한다면). 그러나 그는 다음 날 바로 강승현을 2군으로 내려 보냈다. 긴 야구 시즌에서 한 번의 용병술이 실패하는 것은 사소한 일임에도 나쁜 결과의 책임을 전적으로 선수에게 지웠다. 어찌 보면 김시진 감독은 스스로 경기 포기 논란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김시진 감독이 그의 지도자 커리어에서 보여준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이 선택한 선수들에게 보여준 믿음이었다. 그의 소신과 결단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의 박병호나 서건창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김시진 감독과 그의 코칭스태프는 자신들이 가졌던 가장 큰 미덕을 잃어버렸다.   

 

성동욱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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