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가장 나쁘게 지다
롯데가 연패에 빠졌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올 시즌 롯데는 그 어느 팀보다 연승과 연패를 많이 오갔다. 늘 해오던 패턴과 다르지는 않다. 그래도 이번 연패는 조금 위험하게 느껴진다. 8일(삼성)과 9일(기아) 있었던 두 번의 경기에서 롯데는 8회에 간신히 역전했고, 바로 다음 수비에서 리드를 잃었다. 그냥 역전패가 아닌 재역전패라는 게 뼈 아프다.
직접적인 원인은 불펜이다. 강영식이 두 경기의 패전투수다. 터프한 상황에서 등판한 것도 아니었다. 그가 등판한 상황은 모든 누가 깨끗이 비워진 이닝의 시작 때였다. 그는 두 경기 모두 상대의 중심타자에게 홈런을 허용해 경기를 망쳤다.
이 상황을 강영식의 책임으로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애초에 그는 필승조에 포함될만한 선수였던 적이 없다. 그가 1이닝 이상을 막아낼 수 없는 투수라는 건 아니다. 다만, 그는 오랜 기간 좌완 스페셜리스트였다. 좌타자 한 명을 상대하거나, 혹은 연속되는 좌타라인을 봉쇄하러 나오는 역할을 해왔던 투수다.
물론 8일 경기에서 강영식의 구위가 상당히 좋았다. 투 아웃을 아주 깔끔하게 잡아냈다. 물론 박한이 채태인으로 이어지는 좌타라인이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다음 타자는 박석민의 차례였지만 대타로 김태완이 나왔다. 선수는 바뀌었지만 그대로 우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김시진 감독의 선택은 강영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이었다.
이 상황을 많은 기자들이 지적했다. 또한 많은 팬들이 지적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마무리 투수 김승회가 건재했다. 투수의 보직이 분업화 된 시대이기에 마무리 투수의 8회 등판을 지양한다지만, 어제와 같은 상황은 이론의 여지가 없이 마무리 투수가 투입돼야할 상황이었다. 한신 타이거즈의 와다 유타카 감독은 시즌 전, 오승환이 1이닝을 초과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얼마 전 8회에 그를 기용했다. 페넌트레이스를 반 이상 지난 시점에서 치열한 순위 경쟁을 하고 있다면 이 정도의 직관을 가지는 것이 감독으로서 소양이다.
경악스러운 것은 9일 경기에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강영식이 올라온 상황도 1사 1루에서 좌타 라인(이대형, 신종길)을 상대하러 올라왔다. 물론 이대형의 차례에 대타로 우타자인 나지완이 타석에 들어섰지만 애초에 강영식이 좌타자의 차례 때 등판했다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강영식은 자신의 책임인 두 타자를 모두 출루시켰다. 그리고 그 다음 타자는 우타자이자, 슬러거인 브렛 필이었다.
김시진 감독은 이 상황에서도 강영식을 믿었다. 불펜에는 우완 사이드암 투수 홍성민이 몸을 풀고 있었다. 좌타자가 좌투수에게 약하고, 우타자는 우투수에게 약하다는 야구의 속설(혹은 통계)을 그대로 따라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이 이틀동안 강영식을 기용한 정황으로 판단해보자면 그 속설을 따르고 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가 강영식을 기용한 이유가 그것이었다면, 그 원칙 아래에서 선수를 운용했어야 했다.
만약 김시진 감독이 정말로 강영식을 프라이머리 셋업맨(마무리 바로 앞에 나서는 필승조 투수)으로 여겼다면, 그의 등판 시점은 정대현이 등판했던 8회의 시작, 김주찬의 타선이어야 했다.
성동욱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S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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