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사 주최하고 한겨레21에서 출판한 ‘취업 OTL’ 확장판 <대한민국 취업 전쟁 보고서>가 취업준비생들을 울리고 있다.
실제 한겨레21의 정은주 기자가 경력을 숨기고 취업시장에 뛰어든 것을 계기로 만들어 진 책이다. 정기자가 가장 먼저 들은 말은 “외모를 바꾸지 않으면 게을러 보일 것”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었다. 일자리를 구하는 40살의 여자는 자신이 통·번역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나 ‘월 250만원에 정규직 취업’ 같은 목표 따윈 잊어야 한다. 정기자는 5개월 동안 수백만원을 들여 살을 빼고 수십 장의 이력서를 썼지만 재취업에 실패했다.
11월 11일 책이 출간된 시기와 '취업 시즌'이 겹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기업, 공공기관의 신입사원 채용 일정이 10~11월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률은 54.8%, 2012년에는 55.6%, 2011년에는 56.1%였다. 해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이다. 수치상으로는 4년제 대학졸업생 2명 중 1명은 취업에 실패한다는 얘기인데, 취업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취업률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학점 3.7에 토익 910, 오픽(OPic) IH, 테셋(TESAT) 1급에 컨설팅회사 인턴 6개월, 작은 공모전이긴 하지만 입상 경험도 있다. 15군데 정도 서류를 냈는데 두 곳에 합격하고 그마저 인적성에서 다 탈락했다.”(서울대 국어국문학과 4년)
“학점 3.9에 토익 960, 토스(토익스피킹) 8, 한국사 2급, 어학연수와 인턴 2개월 경험이 있다. 15~20군데 서류를 내서 3~4곳에 합격하고 그중 1곳과 면접 진행 중이다.”(서울대 사회학과 4년)
“학점 3.5에 텝스 900, 토플 112, 토스 8, 책을 쓴 경험이 있고, 6개월 배낭여행 경험이 있다. 10군데 정도 서류를 내서 모두 탈락했다.”(서울대 사회학과 2014년 2월 졸업생)
명문대 졸업생에다가 스펙이 좋아도 실상은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게다가 취업률이 높은 전공과 그렇지 않은 전공이 확연히 다르다. 교육부의 ‘전국 4년제 대학정원 및 취업률’ 자료에 따르면 인문계열 졸업자의 취업률은 47.8%. 사회계열은 53.7%, 교육계열은 47.5%다. 이과계열 중 공학계열의 취업률은 67.4%, 자연계열은 52.5%, 의약계열은 71.1%로 문과계열보다 훨씬 높다.
전공의 취업 차이는 물론 여자 취업준비생들은 최고의 스펙은 ‘남자’라는 사실을 금세 알게 되고 이력서에 ‘불임’이나 ‘독신주의자’라고 써야 하나 고민한다. 보건관리학을 전공한 28살 전다은씨는 해외 연수는 못 갔지만 대신 프랑스어 자격증을 따고 자원봉사를 하며 스펙을 관리하려 했다. 그런데 그나마 스펙이 될 것 같은 유명 봉사활동은 면접에서 탈락했다. ‘아무래도 내가 살길은 다시 태어나는 것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이르는 것도 자연스럽다.
체감 취업률 10%라는 말처럼 현재 대학새들은 취업난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 취업 전쟁 보고서>에서도 취업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책에서는 외국계 기업 인사담당자, 캐나다의 고용서비스센터 매니저 등을 인터뷰하며 바늘구멍만큼의 가능성을 전한다. 공부의 결과가 일하기 위해서 피땀흘리며 달려왔지만, 수많은 고통과 눈물을 동반하고 있다. 더는 대학에 맞는 일자리는 없다. 취직은 당신을 기다려 주지않는다.
박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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