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log/문화

국제시장을 보고 - 과연 최선이었을까?

 

 

 

 황정민이 출연한 영화라고 해서 감독이 누군지도 모르고 보러 갔다. 안그래도 뒷 좌석의 할머님이 계속 자리를 치셔서 불편했는데 영화 시작후 나온 감독 이름이 윤제균이라니,  <7광구>의 그분이라니. 이번 영화는 괴수 영화가 아니니깐 다르겠지 하고 봤는데, 이 좋은 배우를 썩힐 줄이야.

 

↑영화 내내 황전민의 열연은 돋보였다.

 영화는 크게 4가지의 큰 사건으로 풀어져 나간다.  <6.25 전쟁, 서독 광부, 베트남 전쟁, 이산가족 찾기> 보는 내내 이 4가지가 자연스럽게 섞이지 못하고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었다. 6.25전쟁의 피난 장면이나 함대 구현 CG들은 상당히 퀄리티가 높았다. 또 윤제균 감독같지 않은 노인이 된 주인공의 모습에 중간 중간 과거의 사건들을 회상 형식으로 끼워넣는 것도 나름은 괜찮았다. 그런데 이 방식으로 인해 주인공에게 위기가 닥쳐와도 긴장감같은건 전혀 안들었다. 다음 장면의 전개가 뻔히 보이고 반전 같은건 없으며 4가지 사건들의 분량 조절 실패도 눈에 띈다. 게다가 서독 외국인 광부들은 mbc의 서프라이즈보다 못한 연기 수준이니..

왜일까, 오달수의 춤이 관객을 향한 구슬픈 발악처럼 느껴진다.

제일 불편했던 점은 관객에게 슬픔을 강요한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마치 영화가 우리이게 "이 장면은  울지 않고는 버티기 힘들걸?" 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분명 주요 관객층을 20~40대로 한 것 같은데 말하는 방식은 초등학생한테 설득하는 느낌? 아버지의 희생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고마워 해라고 말하는 영화의 뼈대가 시종일관 불편했다. 왜 그리 작위적인 장면이 많은거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사건들은 있지만 그것들이 일어난 원인은 설명해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주인공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힘든 경험을 겪는다. 이건 뭐 고전문학 주인공도 아니고 그냥 병풍처럼 2시간을 배경속에 갖다 놓았다가 빠져나올 뿐이었다.  그냥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은 "아버지 세대들이 힘들게 너희를 키웠는데 니들은 그것도 모르고, 이제부터 효도해라." 중간 중간 직접적으로 대사가 나온다. 베트남 전쟁을 미화하는 것도 좀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시장이 흥행하고 있는 이유는 명랑과 비슷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영화안에서 감동을 찾기 보다는 외적으로(부모님에 대한), 옛 세대들의 감성을 자극해서 보게 되는 것 같다.  천만까지는 좀 아닌것 같고, 보면 좋지만 크게 권유하지는 않는다. 다만 본다면 중간 중간  한국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 몇 명 나오니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