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재원 교수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올해 신문방송학과 (이하 신방과) 교수진에는 다소간의 변화가 있었다. 전 학과장 양민수 교수가 잠시 자리를 비우고 04학번 오민욱 전 실습조교가 새 학기 영상편집 수업을 맡았다. 많은 이들에게 환호 또는 한숨을 불러일으켰던 이 소식과 더불어 가장 주목받은 또 다른 핫 뉴스는 바로 주재원 신임교수의 부임이었다. 그는 여러 부분에서 학생들의 이목을 끌었다.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와 영국 유학파 출신 이력, 차분하고 논리 정연한 강의스타일까지. 주 교수는 부임과 동시에 1, 2, 3학년 수업을 모두 맡고, 언론학교부터 최근의 체육대회에 이르는 학과 내 행사에 모두 참석하는 등 어느새 신방과생들에게 친숙한 얼굴이 됐다. 젊은 나이에 강단에 선 그의 이력이나 성적평가 방식 등을 궁금해 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SCOOP>은 주재원 교수를 직접 만나 심층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연애 스토리부터 그간의 활동까지 약 1시간 반 동안 폭넓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과에 부임하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좋습니다.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전혀 몰랐습니다. 왜 저한테 직접 얘기들 하지 않는지.. (웃음) 아무래도 세대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서 그런 부분은 조금 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 강의 시 목소리가 굉장히 좋으셔서 여학우들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본인도 알고 계시죠?
유부남인 저로서는..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웃음)
그만큼 관심을 받고 계시다는 말이겠죠. 이번에 저희 학과에 오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세간에는 양민수 교수님의 부탁을 받고 우리 학교에 오시게 됐다는 소문도 들리던데.
잘못된 소문이네요. 그 분은 제가 말씀밖에 듣지 못했고, 저는 이번 학기를 앞두고 공채로 지원하여 들어왔습니다. 이전에 한동대와 부산대, 부경대 시간강사를 거쳐 한동대에서 객원교수직을 맡고 있다가 동의대 신방과 공채소식을 듣고 준비하게 된 거죠.
특별히 저희 학교로 오시게 되신 이유라면?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죠. 일단 제가 부산 출신이라 가족, 친구 등 모든 연고가 이곳에 있고 부산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요. 또 하나 동의대 신방과하면 학계에서 평판도 높고 여기 계시는 교수님들이 모두 명망 있는 분들이셨습니다. 그런 좋은 정보나 말씀을 많이 듣고 복합적으로 생각해서 오게 됐습니다.
현재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세 과목이나 맡고 계시고 부임하신지 한 달 남짓 됐는데, 이제까지 받으신 학과에 대한 인상은 어떻습니까?
저는 수업시간에 말한 적도 있지만 학기 초의 모습을 믿지는 않아요. 본격적으로 두세 달 지나야 여러분들의 본모습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웃음) 하지만 지금까지 보면 학과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좋은 것 같습니다. 일단 학생들도 모두 착하고 학과 행사 때 보면 분위기도 밝고요. 학생과 교수의 벽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부분도 좋았고 또 고학년들 같은 경우엔 학업에 대한 열의도 높아 보입니다.
STORY
본격적으로 들어가 교수님의 스토리를 듣고 싶습니다. 어떤 삶을 거쳐 오늘까지 이르게 되셨나요?
저는 제가 맡은 어떤 과목이든 첫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각자의 꿈에 대해 질문하는데요. 한 학기, 한 해가 지나고 나서 같은 질문을 던지면 그들의 꿈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볼 수 있어서이기도 해요. 저도 꿈이 변해오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어렸을 때는 영상촬영을 하며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고 싶기도 했고 대학 다닐 때는 글 쓰는 데 취미를 붙여 막연히 글 쓰는 직업을 꿈꾸기도 했어요. 그러다 대학교 3학년이 됐는데 주위에 친구들이 하나 둘 언론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뭔가 떠밀리듯이 저도 같이 준비하기 시작했죠.
언론 고시라면 기자나 PD가 되기 위한 준비를 말씀하시는 거죠?
그렇죠. 근데 그것도 하다 보니 3학년 2학기가 되니까 하기 싫어지는 거예요. 그때 또 어떤 계기가 있었는데 제가 당시에 한 장애인단체에 다큐멘터리 촬영 봉사를 하러 갔어요. 그 곳에서 2주간 숙식하며 출품을 위해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만들고 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회의감이 들더라구요. 이게 진실을 담아내는 게 아니라 마치 정해진 수상 공식에 맞춰 포장된 제품을 만드는 것 같은 느낌말입니다. 그 때부터 대학 다니는 동안 제대로 배운 게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런 개인적 고민을 하던 끝에 당시 지도교수님을 찾아가 상담을 받았는데 교수님께서 제 고민에 공감하시며 하고 싶은 공부를 제대로 해 보려면 대학원을 가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다소 즉흥적으로 선택을 내리고 준비를 시작해 4학년 2학기 때 연세대학교 대학원 시험에 합격하여 진학하게 됐습니다.
그 대학원을 마치시고 세계적인 명문대학인 런던정경대(LSE)에 유학을 가셨는데 어떤 계기로 영국에 가시게 됐나요?
제가 대학원에서 석사 2년 과정을 마치고 나니 비로소 공부가 재미는 있었지만 하면 할수록 부족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그런 고민을 하던 와중에 석사논문 지도교수님께서 네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데 국내에만 한정해서 생각하지 말고 세계적으로 학문이 발달한 외국대학도 알아보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때 유학을 결심하고 알아보니 제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학문이 가장 발달된 학교 중 하나가 런던에 있더군요. 그래서 1년 정도 준비하여 입학을 승인받고 지금의 아내와 결혼식을 올린 후 2007년도에 바로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됐습니다.
[주 교수가 5년간 유학한 런던정경대학(LSE)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최고로 꼽히는 대학 중 하나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그럼 아내 분과 함께 가신 건가요? 굉장히 로맨틱한데요.
네, 같이 갔습니다. 함께 런던에 신혼집을 마련하고 영국에서 저는 신문방송학을, 와이프는 유아음악심리치료에 대해 공부했어요. 그러다 1년 만에 예정에 없던 딸아이가 생겨 로맨틱한 시간은 일찍 막을 내렸죠. 그렇지만 5년 간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는 경험이 생기니까 결혼생활에도 나름 유익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신혼인데 타국 생활이 힘들지는 않았나요?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
에피소드야 굉장히 많죠. 일일이 다 언급하기 힘들만큼..(웃음) 그런데 생활 면에서는 런던이 유명한 대도시고 한인 사회가 발달돼 있어서 크게 힘들진 않았습니다. 한국인들끼리 커뮤니티도 형성하고 있었고 1시간 거리에 한인 마트가 있어 식료품을 사서 한식을 해 먹고 살았어요. 오히려 공부하면서 아무래도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연구하고 대화하는 부분이 조금 어려울 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국음식은 소문처럼 그렇게 맛이 없나요? 악평이 자자하던데요.
제가 직접 생활하면서 먹어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맛이 없어요. 변변찮은 영국음식이랄 것도 없는 것 같고, 피쉬 앤 칩스가 그나마 알려져 있는데 그것도 그다지 신경 써서 만든 음식이 아니에요. 영국이 기후가 나쁘고 땅이 척박하다보니까 예로부터 음식문화가 발달하기 힘든 측면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또 런던 같은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굉장한 레스토랑들이 많아요. 세계 최고의 인도음식점이나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다 런던에 있어요. 물론 가격이 세지만.
런던정경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학위를 받으셨는데 바로 한국에 들어오실 생각이셨나요?
아닙니다. 2011년 말에 학위를 받고 2012년도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 학교에 계속 남아서 연구직으로 일하기로 이미 내정된 상태였어요. 그런데 그 해 영국 내각이 바뀌면서 보수당이 집권하게 됐고 새 내각이 정책적으로 학술연구기금(Academic Funding)을 축소시키기로 해버린 겁니다. 당장 아시아, 아프리카 계 연구원들이 인원 감축의 직격탄을 맞은 거죠. 그래서 원래 일하기로 했던 자리가 없어지고 아내와 함께 고민하다 한국으로 돌아가 보자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처음부터 교수로 일하실 생각이셨나요?
그건 아니었어요. 사실 공부를 오래했으니 들어가서 어디 굶어죽기야 하겠냐는 생각이었죠.(웃음) 하지만 2013년도 2월에 귀국한지 한 달 만에 바로 좋은 기회를 얻어 부산대와 부경대, 한동대에서 강의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하반기에 한동대 객원교수 자리가 나서 운 좋게 들어가게 됐죠.
학과
저희 학교에서 학생들이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해 질문하고 싶습니다. 먼저 대부분의 강의가 60명을 훌쩍 넘는 인원이 함께 수강하는 대형 강의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아직 학과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뭐라 말할 입장이 못 되지만 당연히 학생들이 문제제기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교수님들도 대형 강의를 별로 찬성하지 않아요. 한 강의에서 학생 수가 많아지면 교수의 주의력도 분산되고 수업 진행도 상대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수업 방식을 선호하시나요?
저는 30명 내외 학생들로 수업을 진행하며 3~4명 씩 팀을 구성하여 자유로운 의사 교환 속에 각 팀별로 주제 발표와 토론을 병행한 강의방식을 좋아합니다. 학생 개개인의 목소리도 더 많이 들을 수 있고 수업 집중도도 훨씬 높은 방식인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 학교의 수업 여건이 개선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수들 같은 경우는 주어진 강의를 맡아 진행하는 입장이므로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원론적으로 이런 문제는 사실 학교의 주체인 학생들이 직접 나서 의사를 표출하고 학교에 요구해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학생들이 집단적 문제에 관심을 잘 가지지 않는 추세고 모여서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대부분 줄어들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요즘 학생들은 예전 대학 문화처럼 집단적인 목소리를 잘 내지 않고 심지어 자신들의 문제에 불편을 느껴도 여론 형성 활동이 크게 줄었습니다. 총학생회는 점점 축제기획팀처럼 돼가고 있습니다. 예전과 비교하면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97학번으로 한국 사회가 IMF 사태로 터닝포인트를 맞는 시점에 대학생활을 했습니다. 이전까지 학생운동으로 대표되는, 학생들이 활발한 목소리를 내는 대학문화가 지배적이었다면 이 때는 침체된 사회 분위기 속에 학생들이 취업 걱정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시기였습니다. 아마 이 당시부터 학생들이 대학생활에서 취업을 최고 우선순위로 두고 모든 활동의 초점을 그것에 맞추는 대학문화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 이전 세대까지는 취업 자체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대학의 본질을 놓고 볼 때, 본인들의 문제부터 시작해서 사회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토론하고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모든 대학생이라면 공통적으로 지녀야 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학과에는 특정분야나 직업을 준비하기 위한 강좌, 특히 방송 쪽의 커리큘럼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방송 쪽 직업을 꿈꾸고 학과에 들어왔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몰랐던 부분이지만 일리 있는 목소리라고 생각해요.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어떤 대답을 줄 수는 없지만 이런 점을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실습과목이나 직업 관련 준비 수업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대학에서 얻어가야 할 부분이 무엇인가 하는 점 말입니다. 사실 신문방송 쪽에서 특정 직업 업무에 필요한 실질적인 스킬은 대부분 입사 후에 처음부터 싹 배워야 해요. 오히려 어정쩡하게 배워 들어간 스킬이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송PD를 예로 들자면 기본적인 카메라 워크나 구도 같은 부분까지 그래요. 그것보다 대학에서 배워야 할 부분들은 오히려 방송윤리나 방송철학, 방송의 가치 같은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정립하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분야를 생각하던 간에 대학에서는 ‘그것을 왜 하는가?’ ‘그것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본질적인 가치철학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관심분야/이력
인터뷰를 준비하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평소에 사회적 소수자나 소외계층에 대한 담론에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일단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해 다루고 그들의 문제를 조명하는 것은 당연한 미디어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를 지배하는 주류계층의 의사만 내세우지 않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는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야말로 미디어라는 도구의 기본적인 역할이라고 보거든요. 역사는 기본적으로 권력 관계를 성립하고 권리 박탈을 반복하며 이어져왔기 때문에 미디어가 제 역할을 하려면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제가 자라온 성장환경이 늘 소외된 이들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곳이었고요.
어디서 자라셨죠?
다섯 살 때부터 북구 덕천동에서 자랐습니다. 아직도 부산시 전체에서 노인인구와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예산이 가장 많이 책정되는 곳이에요. 늘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을 보며 자랐고 직접적으로는 학교를 다니면서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등교 시 어떤 불편을 겪는지, 학교에서 제도적으로 인간적으로 어떤 대우를 받는지 보며 느껴온 점들이 많았어요.
과거 학창시절에 이런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드셨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앞으로도 이런 부분에 대한 작품을 제작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기 때문에 당연히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만약 만든다면 장애인들이나 노인들의 소외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기획한다던지 미혼모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영화 제작 같은 것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지난 3월 14일자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는 어린이 TV 프로그램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주 교수의 칼럼이 실렸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지난 3월 유명 인터넷 언론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기고하신 글에서도 장애인이나 유색인종이 차별받지 않는 영국 어린이 방송의 문화적 다양성을 소재로 하셨는데요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3월 14일자, '어린이 방송 콘텐츠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외치다')
*관련링크: http://www.huffingtonpost.kr/jaewon-joo/story_b_4928567.html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영국 공영방송인 BBC에서 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뽀뽀뽀>같은. 한데 영국 가정의 모든 아이들과 엄마들이 보는 그런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한쪽 팔이 없는 장애인 여성이에요. 그 사람이 처음 진행을 맡았을 때 영국 내에서도 거부감을 나타내는 의견이 여럿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녀를 채용하고 메인 진행자 역할을 맡긴 BBC 측에서는 ‘우리는 그녀가 장애인이라서 뽑은 것이 아니다. 다른 수많은 일반 참가자와 같은 평가방식을 거쳐 가장 뛰어난 사람을 뽑은 것뿐이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장애는 이상하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그들도 다른 이들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아이들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경우엔 아직 장애인들 하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 ‘일반인들과 구별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많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런 의식이 깔려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장애우’라는 표현이에요. ‘장애우’의 ‘우’ 자는 ‘친구 우’자 잖아요. 문자 그대로 하면 장애를 가진 사람을 정상적인 사람들이 옆에서 ‘친구가 되어줘야 하는 존재’로 본다는 말이잖아요. 단지 어느 한 부분이 불편할 뿐 똑같은 사람인데 왜 특별하게 여겨야 하냔 말이죠. 그저 다양한 사람들 중 평범한 한 인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합니다. 그런 이들을 편견이나 특별함 없이 대우하고 사회진출에 있어 차별을 두지 않는 사회가 올바른 사회라고 생각해요.
앞서 언급한 바대로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필진으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올해 우리나라에 런칭하여 온라인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언론인데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셨나요?
올해 지인을 통해 소개 소개로 한겨례 신문사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허핑턴포스트>가 우리나라에서 한겨례와 손잡고 한국판을 시작한다고. 필진으로 참여해줄 수 있겠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이미 해외에서 <뉴욕타임스>의 방문자 수를 제칠 만큼 성공한 온라인 언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이렇듯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매체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하나는 현 우리나라 언론 실정 아래 하나의 대안언론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다른 언론에 기고하는 것과 <허핑턴..>에서 글을 쓰는 것에 차이가 있나요?
일단 고료를 받지 않아요. 자발적으로, 어찌 보면 재능기부 같은 측면에서 그때의 관심사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기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할 수 있고요. 아무래도 돈을 받고 쓰는 글은 직접적으로 느끼는 부담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그리고 비정기적으로 글을 보내는 것도 장점인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 요즘 관심가시는 분야는 어떤 것인가요?
관심있는 분야는 너무 많고 광범위한데.. 축구나 게임 같은 부분부터 시작해서 디지털 영상 미디어 쪽에도 관심이 있고요. 넓게 얘기하면 사람이 살아가는 삶 자체의 모든 것에 관심이 있어요. 그것들이 각각 조합되면 사회가 되고 사회적인 문제나 그 속에서 형성되는 어떤 담론들에 대한 관심이 되는 거죠. 요즘은 제가 미디어 윤리학 쪽의 논문을 쓰고 있는 중이라 그런 부분에 가장 사고를 치중하고 있습니다. 미디어의 공공성이나 ‘타자 윤리’와 같은 미디어에 대한 윤리 철학적 접근이 그것이죠.
‘타자 윤리’란 어떤 것인가요?
말 그대로 사회에서 ‘타자’화 되는 대상을 미디어가 다룰 때 어떤 의식을 가져야 하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가부장제 사회 속의 여성이라던가, 이성애가 주류인 사회 속의 동성애자들, 현 우리나라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 같은 사람들이 ‘타자’가 되는 거죠.
평가 방식
인터뷰 막바지인데 교수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바로 시험 평가방식인데요.
제 시험 같은 경우 일단 100% 서술형이고 보통 1문제 내지 2문제를 출제합니다. 그 과목 전반에 걸쳐 다룬 주제 안에서 작성하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서를 요구하는 문제가 될 거에요. 그만큼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좋은 점수를 받겠죠. 평소에 잘 듣지 않다가 특정부분을 외우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시험은 변별력을 위해 지양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린다면 그 문제에 대해 자신이 평소에 읽은 책이나 자료를 정리해서 답안에 추가한다면 플러스 점수를 받을 수 있겠죠.
긴 시간 인터뷰였는데 좋은 답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업시간에 본인의 꿈에 대해 말씀하셨던 부분이 인상 깊었는데요. 마지막으로 교수님의 앞으로 꿈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그때 얘기했듯이 먼 훗날에라도 축구 클럽의 구단장을 역임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고요.(웃음) 그러기위해선 축구계의 모든 부분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부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외국 같은 경우도 그렇고 구단을 소유한 구단주 밑에서 실질적으로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은 전문경영인 같은 사람들이거든요. 인생이라는 게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의외성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교수를 하고 있다고 해서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지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나이를 얼마나 먹든 간에 앞으로도 제가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면 충분히 꿈꾸고 도전하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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