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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SCOOP News

“통폐합? 사실상 학과폐지"

<출처> 트위터 계정 @y_optimist

 

[인터뷰] 동의대 문예창작학과 이준영 학우

“무리한 다이어트는 몸에 해롭습니다. – 문예창작학과 학생 일동”

이것은 몇 주 전에, 자연과학관 앞에 걸린 현수막에 적힌 문구이다. 문예창작학과 학생들은 왜 갑자기 학우들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무리한 다이어트의 대상은 학생이 아닌 학과였다.

 

 

현재 동의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국어국문학과, 두 개의 학과는 하나로 합쳐질 예정이다. 학교 측은 서둘러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고 학생과 교수들은 이러한 통폐합에 반발하고 있다. ‘무리한 다이어트’란 것은 결국 두 학과의 통폐합을 빗댄 말이다. 학생들은 대자보를 붙이고 1인시위를 실행하는 등 대응에 나섰고 학교 측의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동의대학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대학교의 학과들이 축소되거나 폐지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른 학교와 학생 간의 갈등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이런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되었다. 전국적으로 학과 다이어트가 진행되고 있다. SCOOP은 이번 통폐합의 당사자인 문예창작학과 학생회의 이준영 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본 취재팀과 인터뷰 중인 이준영씨

 

Q: 통폐합 통보의 과정은 어떠했나?

4월 14일 학교 측에서 교수님들에게 일방적으로 결정을 통보했다. 학생들은 16일에 결정 사실을 교수님께 전해 들었고, 이후 25일 시험기간 중에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의 통폐합 사안이 양 학과의 동의 없이 통과됐다. 그러나 학교 측은 통폐합 결정에 양 학과가 동의하였다고 허위공표했다.

 

Q: 지금의 통폐합 과정이 무슨 문제를 가지고 있는가?

구조조정을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리한 통폐합은 안 된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안정적으로 계획이 진행되어야 되는데 지금은 시간에 쫓겨서 서둘러 통폐합 시키고 있다.

 

Q: 학교 측에서 왜 다급하게 통폐합을 진행한다 보는가?

대학 특성화 사업 신청 마감일이 다가오며 서둘러 구조조정을 시행한 것 같다.

<편집자 주> 대학 입학 정원이 고등학생 졸업생 수보다 늘어날 것을 대비하여 정원을 축소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으로 지적된다. 정원 감축 가산점이 지원의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요소이기 때문에 많은 대학이 4월 말인 사업신청일에 맞추어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Q: 통폐합 소식을 들은 뒤 어떻게 대응했나?

먼저 학교 곳곳에 대자보를 붙였다. 플래카드도 일정 기간 설치했다.

4월 21일에는 본관 앞에서 검은색 옷을 입고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총장이 학생들을 피해 뒷문으로 건물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시험기간에도 3일간 1인시위를 했다.

 

1인시위에 사용 된 팻말들. "장래 아닌 장례를 책임집니다", "통폐합? 사실상 학과폐지"

 

Q: 예전부터 이런 갈등이 있었나?

예전부터 있었지만, 지금처럼 심각하진 않았다. 3년 전, 과 이름을 변경한다고 했고 학부제 통합도 시도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지금은 ‘국어국문 문예창작학과’라는 이름으로 두 학과를 통합하려 한다. 커리큘럼도 다른 학과 두 개가 합쳐지면 서로 손해일 뿐이다.

 

Q: 그 뒤에 진전된 사항이 있나?

4월 22일 총장과 면담을 했다. 총장은 무리한 통폐합이란 것을 인정했지만, 철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장의 말에 따르면 대화가 잘 안 통했다고 한다.

 

Q: 학과 안에서의 분위기는 어떤가?

산 경남지역의 2개밖에 없는 문예창작학과란 특수성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동의대를 찾아온 학생들이 많다. 동아대 문예창작학과가 통폐합되며 우리 학교로 온 학생들이 있는데 동의대에서도 또 학과가 통폐합된다고 하니까. 다른 학년들도 과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졸업생들도 성명을 냈다.

 

Q: 다른 학과 학생들의 반응은? 

SNS를 통해 글을 올렸을 때 악성 댓글이 많이 올라왔다. 하지만 1인시위를 할 때 음료수를 사다 주시는 분도 계셨고 댓글로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Q: 지금의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되길 바라나?

지금이라도 학교 측이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학생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안 가도록 절충안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Q: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총장의 독단적인 결정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이대로 끝난다면 다른 학과도 똑같은 과정을 반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더욱더 막아야 한다 생각한다. 

 

인터뷰 일시 : 2014.5.15(목)

인터뷰 장소 : 동의대학교 인문대 휴게실 , 문예창작학과 학회실

인터뷰, 글 | 조혜미 조운 박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