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아저씨요? 머 빌리러 갈 때 말고는 얘기 해본 적 없는 것 같은데요?^^”
동의대학교 기숙사인 효민생활관은 일반 학생들에겐 ‘금역’이라 불린다. 딱히 기숙사에 보물이라도 숨겨 둔건 아니지만, 기숙사생이 아니면 들어가지 못하게 막으니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하는 것이다. 들어가지 말라면 더 들어가고 싶어지는 법! 물론 대동제 기간에 딱 하루 ‘오픈하우스’를 통해 기숙사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사실 구경하고 나면 기숙사도 별 것 아니다. 오히려 기숙사생들은 군대 같은 규칙 때문에 숨이 막힌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내에서 생활할 수 있고 철통같은 안전을 보장하는 기숙사의 메리트는 크다. 오직 1503명의 선택받은 학생들만이 지낼 수 있는 효민생활관. 지금까지 큰 사고 없이 기숙사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해준 숨은 주역들이 있다.
바로 기숙사 경비원분들이다. 기숙사생들이라면 하루라도 빠짐없이 보게 되는 경비원. 24시간 기숙사를 지키는 경비원들의 삶은 어떨지 한번 들여다봤다. 먼저 동의대학교 첫 기숙사인 제 1효민 생활관을 담당하는 경비원을 만나봤다.
제 1효민 생활관 경비원 최종관(60대후반. 나이는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Q. 현재 제 1 효민생활관에서 근무를 하고 계신데 언제부터 하시게 됐나요?
A. 여기오기 전에 이것저것 많이 했지. 먹고 살아야 되는데 일 안하고 되나 일해야지. 용역에서 잡아 주는거 하다가 나도 작년에나 와서 이제 1년 밖에 안됐다. 이 앞에 사람이 그만 둬서 나도 온거지 아니면 안 왔을거라.
Q. 보통 기숙사 경비원을 하시면 어떤 일을 하게 되시나요?
A. 여서 일하는거? 머 없다. 여기 앉아가지고 학생들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거 확인하고. 외부인들 못 들어오게 막는게 제일 많지. 특히 여기 1기숙사는 등산로가 바로 옆에 있어가지고 등산하는 사람들이 편의점 갈려고 많이 오는데 절대 안들여보내주지. 규칙이 있는데. 그리고 밤 12시되면 여기 점호하는데 그 이후에 출입문 잠그고 여기 학생들 공부하는데 빼고 다 소등하는거 밖에 없다.
Q. 학생들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올해 기숙사 하룻밤 자고 쫒겨난 애들도 있지. 1학년하고 2학년이 쓰던 방이였는데. 1학년 아주 불쌍하게 된기라. 같은 방 쓰는 선배라는 사람이 술먹자고 하니깐 지는 멋도 모르고 그냥 먹었는데 이기 너무 많이 먹은거라. 새벽에 내려와가 난동을 피우니 어째 모르겠노. 애들 잡아가지고 방에 가보니깐 술병이 안에 있더라고. 밖에서 사와가지고 안에서 술을 먹은기라. 1학년이 멀 알겠노. 먹자카이 먹은건데 그게 딱 걸리니 지도교수하고 관리부에서 올라와가 머라카고 다음날 바로 나가뿟다이가. 기숙사 들어온지 하루밖에 안됬는데 쫒겨나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노. 부모님이 전화도 오던데 규칙은 규칙이라 우짜겠노. 밖에 나가서 그라지마라 카고 보냈지.
또 하루만에 벌점 9점이나 받은 학생도 있었다. 외박계도 안쓰고 2일동안이나 밖에가가 안들어와서 벌점만 엄청 쌓인기라. 그때서야 기숙사로 오니 이미 벌점은 쌓여있고 그저께 바로 짐싸서 나갔다이가. 얼마 안됬으.
기숙사가 군대처럼 돌아가다보니 규칙이 많은데 그거 안지켜서 벌점 받고 쫒겨나는 애들도 많지. 양초나 장판 같은건 들고 들어오면 안되는데 그거 들고 와서 걸려가지고 벌점 받고. 한 두 번이면 모르는데. 위반 물건들이 너무 많아가지고 쫒겨난 애도 있지.
Q. 기숙사에 살아보니. 보통 이름을 다 외우시던데 이건 어떤 기준이 있는건가요? 친구들끼리 속설로는 택배 많이오면 빨리 외우신다고 하고요^^
A. 이름 외울 것도 없지. 카드 찍고 들어오면 여기 화면에 다 나타나는데 멀. 그냥 보고만 있어도 다 외워진다. 여기 보면은 1기숙사만 있는게 아니라 다른 기숙사들도 다 나오고, 카드 없는 학생들은 이렇게 종이에 적어놔서 보기 때문에 더 잘 외우지. 택배오는 학생들은 명단을 적어놔서 여기 앉아서 할게 머가 있겠노. 그냥 이렇게 적어 놓은거 보고 학생들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거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외워지는거지. 특별히 머 기억에 남는다고 할 것도 없다. 찾아와서 말이라도 하는 학생이 좀 더 알기 쉬울 뿐이지.
Q. 끝으로 기숙사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ㅁㄴ?
A. 애들 다 잘하는데. 처음에만 규칙을 모르니 문제가 생기지만 난주 되면 다 잘하더라. 그냥 기본적인 규칙만 지키면 머 문제없지.
기숙사 중에서도 가장 오래 지어진 기숙사 답게 많은 에피소드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1일 1교대로 근무가 이뤄지기에 다음 근무 경비원의 생각도 들어보자.
제 1효민 생활관 경비원 김인국 65세
Q. 어떻게 하시다가 오게 되셨는지...
A. 내가 직장근무를 하다가 명예퇴직하고 왔다이가... 2관에 있다가 이번에 1관으로 왔지. 여커에는 없었고.
Q. 기억남는 에피소드
A. 에피소드야 많지..기억 남는거는 없고. 학생들이 축제 때 보면 술 먹고 쳐 들어오잖아 그런 애들이랑 농담도하고 고민도 들어주고. 사실 경비가 머 다른게 있나 출입하는 애들 확인하고 택배 주고 다 그런거지 딱히 머 없다. 또 학생들 보면 재밌는 학생도 많고 자식 같은 애들도 많고 그냥 보기만 해도 흐뭇하지. 사실 에피소드라는게 머 있나 학생들이랑 나랑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생활하면 되는기지..
Q.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A. 아무래도 학생들이 젊으니까 처음에 내가 학생들에게 말하면 그냥 듣는 둥, 마는 둥 수긍을 하지... 근데 또 시간 지나면 그냥 그렇게 넘어가지.. 말해도 듣지도 않고... 근데 그런대로 좋은기 좋다고 특히 나쁜것도 없고 좋은것도 없고 서로 도와가면서 하는기지 그기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제 1 기숙사 경비원 분들은 오래된 기숙사 만큼이나 인터뷰를 하면서도 푸근함과 여유로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가장 최근에 지어진 제 2기숙사의 경비원 분들은 어떨까? 아쉽게도 두 분이서 근무를 하시지만, 한 분의 이야기만 들어 볼 수 있었다.
제 2 효민생활관 모습
제 2기숙사 경비원 이복구(63세) 근무기간 3년(1기숙사 1년, 2기숙사 2년)
Q. 제가 기숙사 생활을 해봐서 로비에 앉아있다가 보면 취해서 올라오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 학생들을 각 호실에 보낼때 생긴 에피소드같은게 있을까요?
A. 그 뭐 주로 보면은 여자들이, 그러니깐 여학생들이 8~90%가 취해서 들어오는기라, 내가 막 여기서 경비 서고 있는데 앞에서 토하고 막 로비에서 토를 하거나 엘레베이터 타러 가가지고 보통 토를 하는기라, 지도교사와 내가 그거 다 치워야하니깐 그기 힘들지
이건 술이랑 관련있는건 또 아닌데, 하루는 경찰차가 올라와서 무슨 일인지 나가봤는데, 경찰차에서 학생 두 서이랑 경찰들이 노트북이 사라졌다카면서, CCTV를 봐도 되겠는지 묻는기라, 그때가 주말이 되가가 담당자가 없어가지고, 안된다고 하니깐 경찰들과 궁시렁 거리고 그런 일도 있었지 뭐.
Q. 제 친구도 벌점이 누적 되어서 퇴사조치를 당한 애가 있는데 원래 퇴사를 당하는 학생이 자주 있나요?
A. 그 뭐 벌점도 받던 애들이 받는기라, 안 받는 애들은 끝까지 안 받는기라, 집안 사정이 급해가지고 외박을 안쓰거나 이런거는 이해를 내가 하는데 생활이 문란한 애들이 벌점을 주로 먹어가가 짐싸고 나가지.
Q. 학생들이 지나갈때 이름을 불러주시던데 이름 외우는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제 친구들이 자기는 택배를 많이 시켜서 그렇다던데
A. 주로 뭐 택배나 우편물 많으면 외우지, 컴퓨터에다가 이름도 다 나오고, 내가 신입생은 몰라도 2~3학년들의 경우는 오래 봤다이가 그러니깐 또 외워지고 뭐 그런거지, 택배 또 안 찾아가면 내가 찾아가라고 전화도 하고 그런거지
Q.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약속시간과 학생 품위만 지켜줘야지, 막 예를 들어 내가 근무를 서고 있는데 로비 앞에서 서로 껴안고 이런거는 좀 아니지, 느그들이 봤을때는 그런 행위 자체 상관이 없어보일지 몰라도, 내가 봤을때는 그게 아닌기라.
사실 알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제 2 기숙사 경비원분들은 특히 깐깐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래도 새로 지어진 기숙사인 만큼 풋풋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기숙사생들 중에서도 특히 금남의 구역이라고 불리는 효민여학생 기숙사의 유일한 남자라고 할 수 있는 경비원 분의 생활은 어떤지 알아보자.
효민여학생 기숙사 최문해 66세 경력 10년!!
Q. 간단한 소개와 지금 일하시는 마음가짐 같은 게 있을까요?
A. 지금 10년째 동의대학교서 기숙사 경비하고 있는데. 내가 2번째로 오래 했지. 사실 일하다 보면 아버지 마음이 제일 크지. 나도 다 큰 자녀가 있다 보니 학생들 보면 내 자식 같고 그렇더라고. 한번 씩 잘 못 하면 엉덩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기도 하고. (허허) 지금 얘기하는 학생도 낯이 익구만은. 제2 기숙사 처음에 들어와서 나한테 한번 혼난 적 있는 거 같은데? 아마 2기숙사에서 나한테 엉덩이 맞은 애들이 많을 거야. (허허)
Q. 기숙사마다 경비직을 다 해보셨는데 여학생기숙사에서는 학생들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 같은 게 있나요?
A. 여학생들만 있는 곳이라서 문제 될 거는 거의 없지. 술 먹고 정신 잃고 하는 건 거의 못 본거 같네. 좀 취해서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오리엔테이션 날이나 축제 때만 그렇고 대부분은 안 그러지 애들이. 잘 지낸다 애들이. 다만 진짜 드물긴 한데 도난사고가 있지. 이게 CCTV가 있다고 해도 호주머니 같은 데에 넣어서 나오면 이걸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깐 잡을 수도 없더라고.
Q. 기숙사를 보면 퇴사를 당하는 학생들이 꼭 있던데 여학생들은 보통 무슨 이유로 퇴사를 당하나요?
A. 여자들이라 퇴사는 거의 없는데 보통 애들이 외박신청을 안 해서 퇴사되는 경우가 많지. 외박계를 써야 되는데 깜빡하는 경우가 많더라고. 규칙이니깐 어쩔 수 없지. 머 다른 걸로 문제 일으켜서 퇴사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
Q.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제발 아낄 건 아껴 쓰자. 애들이 보면은 불도 그냥 켜놓고 물도 계속 틀어놓고 조금씩 아껴주면 좋을 텐데 내가 꺼놓으면 키고 가고 그러더라고. 한번은 아껴 쓰자고 얘기를 하니 학생이 “저희 부모님이 돈 내서 쓰는 건데 왜 그러시냐고”라고 하더라고... 1년에 거의 천만 원은 쓰니깐 이해하는 한다만. 그런 부분에서 돈을 쓰는 거 보다 술 좀 그만 먹고 공부하는데 시간을 더 쓰는 게 좋지 않을까?(허허) 아 이거 내가 말하다보니 말이 많아졌네 그냥 조금씩만 더 아껴써줬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금단의 영역 침투는 성공적이었다. 인터뷰 또한 성공적이었고, 남자 3명이 여자 기숙사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에도 의의를 두고 싶다. (인터뷰, 남자들, 성공적) 이처럼 경비원 분들은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 계속해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대상이 되는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제 1기숙사 학생 이지은
Q. 기숙사 살면서 경비아저씨들이랑 자주 보잖아! 경비아저씨가 막 이름부르고 하는 학생들도 있다는데 여자기숙사 사는 입장에는 그런게 친근해서 좋아? 아니면 불편해?
A. 내 이름을 불러주진 않지만 내 룸메는 이름을 기억해주더라고 과 과제로 신문시켜서 맨날 가지러 가거든 내 입장에서는 보기좋아보이던데? 친근감들잖아ㅎㅎ
Q. 경비원 분들께 바라는 점이 있어?
A. 경비아저씨가 착하셔서 바라는 점이 읍는딩..ㅠㅠㅠ
학생들 또한 경비원들의 노력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낯을 가리는 학생들에게는 부담될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으나, 할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품어주는 경비원들 덕분에 기숙사는 가족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전통 있고 푸근한 매력의 1 기숙사. 갓 지어진 듯한 단단한 매력의 2 기숙사. 여학생들처럼 친절한 매력이 있는 여학생 기숙사. 기숙사들은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기숙사 취재를 다녀보니 경비원들은 우리를 일하기 위해서 만난 관계가 아닌 손자를 대해주듯이 따듯하게 대해주었다. 경비원들 또한, 일반적인 사무직을 하는 것보다 몸과 마음으로 부딪히면서 정을 공유할 수 있는 경비원만의 장점을 느끼기 위해서 경비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경비원들의 숨은 노력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
“아저씨 제 택배 왔나요?”
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SCOOP
박호경,남학민,이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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